언제서부터였을까. 너무나도 반복적인 회사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회사에서의 하루는 30대의 열정도 앗아가 버렸고 삶의 재미도 잃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89년생 '대리'라는 직급으로 '주니어지만, 주니어 같지 않게 일하라'는 모두의 기대와 바람도 싫어하게 되었다.
모든 대기업이 그렇듯, 신입사원부터 수십억짜리 프로젝트의 개요서를 책상에 툭 던지며 '이제부터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해봐라'라는 상무님의 명령을 들으며 마음 한 구석에는 증오심마저생겼다.
그렇게 증오하는 나를 죄책하고 다시 자기 연민에 빠질 즈음에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다. 그때 들었던 것이 바로 지금 내가 빠져버린 클래식음악이다.
피아노의 유려한 터치와 우아한 음색에서 일상의 편안함과 위로를 찾았고 정교하게 모든 것을 계산한듯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연주는 열정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피아노 리사이틀 @김대리 일상랩소디
그 뒤로 약 3년 동안 150여 회의 클래식음악회를 다녔고, 공연 프로그램 곡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리뷰를 매일 공연이 끝난 후 상세하게 적었다. 이를 '김대리의 일상랩소디'라는 블로그로 만들었다. 블로그를 하다가 누군가의 어떤 말이 생각난다.
'은퇴 후 새로운 취미를 위해 클래식음악과 공연을 알아보던 중 이 블로그의 글을 읽고 매일 찾아보고 있다'라는 어느 한 이웃의 말. 그 뒤로 클래식 평론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고 수많은 책을 읽으며 하나의 포스팅에 2시간가량을 소요하며 포스팅하고 있다.
조성진, 안드리스 넬손스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제 클래식음악이 좋은 것 같은데 막연하여 어떻게 접근할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들,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위로의 음악이 필요한 분들, 그리고 어디선가 삶의 좌절 속에서 희망을 찾는 어떤 이들에게 내 클래식음악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