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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혜경 Sep 25. 2024

거울 앞에서(2)

- 이상 시에 나타난 거울 이미지 

 

<국화 옆에서>와 <자화상> <참회록>에서 성찰과 반성의 도구로 쓰인 거울은 이상(李箱)에게 오면 분열의 상징이 된다. 


요양을 위해 머무르고 있는 시골이 온통 초록빛인 것에 대해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똑같이 초록색 하나로 되어먹었노?”(<권태>) 권태로워하던 이상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닮았지만 반대인 ’나‘를 발견한다. 


닮았지만 반대이므로 이 두 개의 ’나‘는 전혀 소통되지 않는다. 귀가 있지만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악수를 받을 줄 모른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중략)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앗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거울> 중에서    



 이 악수할 수 없는 두 개의 ‘나’ 사이의 거리는 좀 더 나아가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결국 그를 향해 총을 발사하지만 실패한다. 왼편 가슴을 겨누었는데 거울 속 ‘나’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으므로.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얐스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 <오감도 시제 15호> 중에서     






 이와 같이 분열된 두 개의 ‘나’는 소설 <날개>에서는 서로 합일되지 못하는 부부로 표현된다.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두 개의 태양,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의 이미지로 묘사된 부부의 삶은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봉쇄하고 싶으나 여전히 잔재가 남은 19세기적인 현실에서 홀로 ‘비범한 발육’으로 앞서 나갔던 예술가의 아이러니와 위트, 패러독스가 아프게 다가온다.   


** <그린에세이> 2024 9,1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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