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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Dec 12. 2023

큰 착각이었지

해가 제법 긴 계절인데도 어느덧 어둑어둑해졌다.

몸은 아직 임장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아이의 하원을 도와준 친정에서 온 전화였다.




긴 통화로 나에게 전해진 내용은 이렇다.


지금 아이는 아주 중요한 시기고,

내가 이렇게 외박을 하면서까지 임장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결핍을 가져오며,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까지는 차마 할 수 없었던 거겠지만,

꼭 입 밖으로 내뱉어야만 귀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말 그 너머에서 들리는 게 있다.



어느 낯선 지역을 울면서 한참 걸었다.


마침내 목표로 정한 곳까지 둘러본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맥주 한 캔을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내일 집에 가기 전까지 더 부지런히 봐야했다.

할 일이 많다. 마음이 바빴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도 그냥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데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 뒤로도 한참을 죄책감과 책임감이 뒤엉킨 마음을 안고 임장을 다녔다.

집에 있는 아이가 눈에 밟혀 1분 1초도 낭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건너 뛰기도 하고, 야심한 시각이 되어서야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원한 맥주 한잔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동료들은 나를 술 못 먹는 사람으로 알고 있기도 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미련하게 힘들게 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즐겁게 오래오래 해야하는 일을 쓸데없이 그런 식으로 배웠느냐고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조금만 배우면 되는 건줄 알았다. 3개월 속성 토익처럼.
큰 착각이었다.


착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몰입한 후, 신기하게도 그 힘든 순간 순간들행복했다.


간절한 마음은 더욱 빠르게 나를 성장시켰고,

살면서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이겨내고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답이 없던 내 인생에 어둠이 조금씩 걷혀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쉬운 게 어디에 있니.. 다 깨지면서 배우는 거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쉽게 이루는 것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너도 나도 쉬운 공부법,
쉬운 재테크, 쉬운 부동산 투자,
쉬운 성공을 원하지만,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이영석


+ 지금은 많이 먹고 적당히 걸으면서 재밌게 다닙니다.

+ 이게 투자가 쉽다거나, 앞으로 안 깨질거라는 걸 뜻하지는 않습니다.

+ 아이도 아주 예쁘게 잘 크고 있습니다.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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