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통 하루에 150가지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어떤 물건을 살 지 말 지.
거기에 상대방에게 말할 때 고르는 단어와 표정을 선택하는 일,
지금처럼 글을 쓸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하고 전개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도 모두 선택의 범주에 넣는다면 하루에 해야하는 선택은 무한대에 가깝다.
태어나 나이를 먹으면서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들을 만난다.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도 있고, 선택 자체가 무서울만큼 커다란 선택들도 있다.
나는 선택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외식 메뉴를 고르는 것도 어려웠고, 옷을 고르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소한 선택이 어려운 사람이 큰 선택을 잘 할리 없다.
진학, 취업, 결혼과 같은 중요한 선택들을 매우 수동적인 자세로 임했다.
선택을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잘 알아야하고,
각각의 선택지가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 어떠한 것도 알지 못했다. 좀 심하게 말해서 그냥 되는대로 선택했다.
어떤 선택은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를 가져왔고, 또 가끔은 엉망인 결과를 가져왔다.
'선택을 잘하는 것은
하늘이 내린 가장 큰 재능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나는 선택을 잘 하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
하지만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더 암울할 것이다.
투자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내 생각에, 투자의 과정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선택-결과-책임
투자를 잘 하려면 선택을 잘 해야한다.
'선택'의 순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판단을 잘 할 수 있게 지식과 경험을 늘려가는 동시에,
선택을 잘 할 수 있게 연습을 해야 했다.
나를 조금씩 더 알아가면서, 다행히 선택이 쉬워지는 부분도 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오늘 입을 옷과 같은.
이런 (중대하지만) 사소한 선택은 최대한 빠르게 했다. 점점 빨라졌다.
(오늘은 방어회가 먹고싶다.)
매일의 계획이나 시간 사용과 같은 것들은 선택할 필요가 없게 자동화하기도 했다.
(이건 P로서 너무 어려운 부분이었다.)
투자하면서는 선택을 잘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단서들을 모아갔다.
다른 투자자들은 모르는 것들까지 알아보고 내 선택의 단서로 삼았다.
'삶의 대부분은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군가가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좋은 취향과
올바른 판단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선택에는 꽤 괜찮은 것도, 꽤 부족한 것도 있었다.
선택의 재능을 뛰어 넘는 판단력을 장착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래서 매일 실수를 반복하며 배운다. 나이를 먹으면서 실수를 조금씩 줄이고 싶다.
글을 쓰며 내 판단을 돌아보고 다음 선택에 참고를 하다 보면
판단이 지배하는 삶도 꽤 괜찮지 않을까? 갑자기 조금 설렌다.
'스무 살에는 의지가,
서른 살에는 재능이,
마흔 살에는 판단이 지배한다'
1600년대에 쓰인 이 책은 삶에 대한 성찰이 가득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