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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Nov 16. 2023

나쁜 경험이 주는 선물


어느 날 엄마가 구두를 한 켤레 사왔다.

'좋고 비싼' 구두니까 잘 신어 보라며 나에게 선물로 줬다.

구두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나는 뭐가 어떻게 좋은지, 얼마나 비싼건지 알 수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엄마 취향에 맞고 엄마 기준에 좋고 비싼 구두였을 뿐이다.


첫 번째 남자 친구도 그랬다.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우리 관계가 얼마나 괜찮은 관계인지 알 수 없었다.

그와 헤어진 후 몇 번의 연애를 더 하고나서야, 첫 연애가 꽤 괜찮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좋은 게 좋은 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에 대해서 잘 알고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기준을 가지고 있으려면 좋은 것 나쁜 것들을 직접 보고 겪어봐야 한다.

(간접 경험으로 알면 너무 좋지만, 직접 겪은 것만 못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도 그랬다.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될만한 거지 같은 경험들을 몇 차례 거듭하고 나서야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고, 삶의 기준들을 하나씩 세워나갈 수 있었다.





아파트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장 좋은 동네와 가장 좋지 않은 동네를 가는 일이었다.


가장 열악하다는 판자촌을 방문했을 때는 감흥이 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고 비싸다는 아파트에 방문했을 때, 실제로 별 느낌이 없었다.


남들이 좋다니까 좋은가보다 하는 생각이었지

뭐가 굉장히 좋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를 발로 밟으며 공부하고 나서,

가장 좋고 비싸다는 아파트를 다시 방문했을 때는 달랐다.


'와, 여기 진짜 좋은 곳이구나.'


동네 이름과 위치를 빼고

조경과 아파트 내부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만으로도

압도적으로 좋은 곳이 확실했다.




그렇다.

어느새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좋은 게 좋은 건지 나쁜 게 나쁜 건지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나쁜 경험'들은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을 확고하게 해 주었다.


돈을 잃은 투자는 나에게 좋은 투자를 알려주었고,

가계약금을 본인에게 입금하라던 부동산 소장님은 좋은 계약을 배울 수 있게 했다.

AS 안 해주고 연락이 끊긴 인테리어 사장님 덕분에 좋은 사장님께 더욱 감사할 수 있었다.






좋고 행복한 경험들은 좋은대로,

힘들고 어려운 경험들은 힘든대로,

내 삶의 기준들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어 준다.


모든 경험은 쓸모가 있다는 뻔한 말 대신,

안 좋은 경험이야말로 좋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말,

만족과 감사의 참 의미를 알려준다는 말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인생을 알려주는 진짜 경험들.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나이를 먹는 게 행복한 이유다.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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