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
초등학생 때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다. 숫기가 없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던 나는 한동안 외톨이였다. 도서관은커녕 학급문고도 없는 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방에 처박혀 집에 있는 위인전과 어린이용 만화 한국사를 읽는 일뿐. 그때부터 독서는 내 유일한 취미였다.
그런 내가 책과 소원해진 계기는 암울했던 취업준비 시기를 겪은 이후였다. 취업 준비를 한답시고 도서관에 앉아 책이나 읽다가 동생에게 몇 차례 호되게 창피를 당한 후로 독서는 분수에 맞지 않은 유희 거리가 되어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긴긴밤
길었던 취업준비를 끝내고 나는 꽤 안정적인 곳에 취업했다. 한때 친척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안줏감이던 내가 드디어 그들의 불판에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던 그 직장에서 나는 다시 긴긴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무리 힘들다고 말해도 공감해 주는 이 하나 없어 지쳐가던 시기에 다시 책을 권한 것은 뜻밖에도 동생이었다. 한평생 읽은 책이라곤 교과서와 유관순 위인전 정도밖에 없는 동생이 한창 책을 읽던 시절의 나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자기계발서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 이딴 장사꾼의 책 따위를 들이밀다니. 하지만 왠 걸? 나는 동생이 추천한 독약 같은 자기계발서들을 흡수하며 긴 악몽에서 깨어났다.
죽고 싶어도 작가는 되고 싶어
자기계발서의 약빨은 대단했다. 나는 이제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불과 얼마 전까진 이러다 죽겠다고 골골대던 내가, 챗GTP가 보편화되고 ai가 소설가로 데뷔한다는 시대에, 글로 돈을 벌겠다는 야심 찬 꿈을 꾸며.
누군가가 나에게 글로 돈을 만드는 것은 연금술에 가깝다는 말을 한 적 있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나만은 연금술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나는 작가 지망생이 되었다.
글쓰기, 정말 좋아하는 것 맞지?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나는 채찍질이 필요한 사람이다. 원래 나를 채찍질해 주던 내 동생은 타지에서 갓생을 살고 있다. 내가 원해서 작가 지망생이 된 거면서 채찍질이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유야 어찌 됐건 나에게는 데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글 쓰던 버릇이 없어서 그런지 세련된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상관없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다시, 취미는
지금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내 취미는 독서’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취미는 글쓰기’라고 답할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 나는 이번에도 꿈을 꿀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긴긴밤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내 힘으로 눈을 뜰 것이다. 내가 겪은 수많은 실패들이 글을 돈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