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안성은님의 <믹스(MIX)>를 읽고 저의 경험과 생각을 작성했습니다.
해당 책은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을 ‘믹스’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알기 쉽게 정리해준 책이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창조성과 제약을 섞어라’였다.
제약으로 인해 오히려 더 창조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Tiny Desk Concert(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의 사례를 소개해보겠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맨 처음 한 방송국 음악 프로듀서의 짜증에서부터 나왔다. 그는 한 음악 축제에서 열렸던 가수 Laura Gibson(로라 깁슨)의 공연에서 관객 소음 때문에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회사로 돌아와 그는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인 Bob Boilen(밥 보일런)에게 하소연 하며 “로라 깁슨이 그냥 우리 회사 사무실에 와서 공연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여러 뮤지션을 사무실로 초대해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들이 뮤지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사무실 공간에 맞는 크기의 악기를 가져오는 것
여러 뮤지션들의 영상을 보다 보니 거대하고 다양한 장비와 수많은 댄서 대신 단촐한 악기와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나 꽉 찬 느낌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오토튠 목소리로 유명한 가수 T-Pain(티페인)이 처음으로 기계음 없이 노래를 부른 것이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이 궁금하다면 클릭)
오토튠이 아닌 자연스러운 그의 목소리가 노래의 애절함을 더욱 맛깔나게 살리는 듯 했다. 오토튠 없이도 노래를 진짜 잘하는 가수였구나 싶어 놀라웠다.
이 영상에는 “Auto tune didn't make T-pain famous. T-pain made auto tune famous.(오토튠이 T-pain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T-pain이 오토튠을 유명하게 만들었다.)”이란 댓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연말, 오프라인 강의장에 임시로 급하게 설치했던 온라인 강의 환경을 본격적인 온라인 강의장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말이라 예산도 한정적이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 강의장 구축에 필요한 장비 구입이나 설치 시기에 대한 고민이 컸었다.
이러한 시간과 비용의 제약에서 우리는 이 공간을 사용하는 고객인 ‘강사님’들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해보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를 하기에 편한 여러 최신 장비만이 답일까? 강사의 강의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이 그것 만은 아닐 것 같았다.
팀원들과 고민을 하다 우리가 찾은 해답은 바로
강의를 하기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이에 따라 전자 칠판, 타블렛 등 고가의 장비 대신 화분, 선반, 액자 등 저렴한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하고 작은 소파나 테이블, 조명 등을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수리했다.
이렇게 해서 거의 2주만에 완성된 강의장은 예산 절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강사님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니 돈과 시간의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시각에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할 수 있었고,
'최신식 온라인 강의 장비가 가득한 강의장' 대신 '강사가 강의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엔 휴식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가진 강의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