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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삼 Nov 20. 2024

리더의 마케팅, 원온원

ft. 피터 드러커

*이번 글은 책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범상치 않다. 요즘 유행하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웹소설 같은 느낌도 나고, 표지를 보니 웬 여자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이게 도대체 무슨 책인가 싶었다.

(외부로 갖고 나갈 때 책 커버는 벗기고 다녔..)


해당 책의 표지


그런데 책을 읽으며 이런 선입견이 없어졌다. 어려울 것만 같은 경영학을 내가 좋아하던 야구와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해당 책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해가 갔다.


이번 글에는 책의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를 나눠보려고 한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야구부 매니저 미나미는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고 가장 먼저 ‘야구부의 업’을 정의하려고 노력한다. 그 속에서 ‘고객의 욕구’에 의해 회사의 업이 정해진다는 힌트를 얻고 고객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고등학교 야구부의 고객은 학생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학비를 내주는 학부모부터 야구부 활동에 관계된 선생님들과 학교, 학교에 돈을 지원하는 지자체, 여기에 세금을 내는 지자체 주민, 나아가 고교아구연맹과 그 팬들 등으로 다양하다.


여러 이해관계가 걸쳐진 고교 야구부에서 미나미가 가장 먼저 정의한 고객은 ‘야구부 부원’이었다. HR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부 직원이 주된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접근의 시작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요즘 강조되는 ‘인터널 브랜딩’ 또는 ‘직원 경험’ 등과 큰 연관이 있기도 하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 창조다. 따라서 기업은 두 가지의 기본적인 기능을 지닌다.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이다. 이 두 가지만이 성과를 가져다준다.


이어서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야구부 고객인 부원들의 현실과 욕구,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친구 유키에게 부원들의 ‘면담’ 업무를 부탁한다. 이를 통해 감독과 각 부원들의 속사정을 알게 되고 오해를 풀며 기존에 팀을 관찰하며 갖고 있던 선입견을 해소하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회사에서 하는 ‘원온원’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원온원을 해야 하는 이유들은 많다. 

- 팀원과 소통하며 현장과 구성원에 대해 리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고, 

- 변화되는 상황과 목표를 다시 얼라인 할 수도 있다. 

- 리더와 팀원이 서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목표와 미래를 꿈꾸는지,

- 더불어 어떤 상처와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까지도 나누면서 상호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나의 간단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리더의 고객은 팀원


지난 4월 누틸드와 일하며 데이나와 함께 한 여러 미팅들(정식 원온원은 아니었지만)이 떠올랐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정식으로 일다운 일을 오랜만에 시작하다 보니 다시 ‘일근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운동도 오랜만에 하면 금방 숨이 차고 힘들 듯이 일에서도 비슷했다. 처음 해보는 일과 업무 방식이 낯설기도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나의 관성적인 태도였고 이 때문에 스스로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로 인해 불안감도 커지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 머리를 비우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속이 뻥 뚫릴까 싶어 혼자 울어보기도 했지만 해결되는 건 없었다.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아 결국 데이나에게 이런 나의 상황을 솔직히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사실 그전까지 나의 상황을 공유해도 될지 정말 고민되었다.


난 정식 팀원도 아니고, 서로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계약한 외부 인력인데 내 어려움은 내가 알아서 컨트롤하는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나를 계속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결국 내가 말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공동의 목표’ 때문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누틸드의 업을 고객들이 가깝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현재 내 상황이 이를 달성하는 데 방해요소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들은 데이나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공유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프로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비즈니스적 관점(현재 우리에게는 콘텐츠)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공유하고 같이 해결 방안을 찾아갈 기회를 만드는 것이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데이나가 해준 조언 덕분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의미뿐만 아니라 일과 커리어를 대하는 태도를 보다 발전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고 짐작하게 만드는 것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원온원은 리더와 나의 생각의 차이(Gap)를 줄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요소를 없앨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힘든 것을 리더에게 말해도 될까?’ 고민하면서 나도 모르게 생기는 소통과 업무 Cost를 사전에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나의 경우에는 내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을지언정 이를 리더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고 업무 집중력이 훨씬 좋아졌다. 이후에는 나의 실수나 실패, 어려운 상황을 묵히지(?) 않고 드러내며 오히려 빠르게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아가 이런 성숙한 리더십의 경험을 통해 ‘나도 후배들에게 이런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의 현실, 욕구, 가치로부터 출발한다. 
✔️ 우리는 무엇을 팔고 싶을까? ❌
     고객은 무엇을 사고 싶어 할까? ⭕
✔️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거야 ❌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원하는 만족은 이런 거야 ⭕


이 관점에서 원온원은 팀원(고객)의 어려움을 줄이고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리더의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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