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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R이야기

HR은 더 이상 인재를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지능’을 관리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by 박송삼

HR은 정말 사람만을 위한 역할일까요?

CES 2025에서 NVIDIA CEO 젠슨 황이 했던 말은 이 질문에 불을 지폈습니다.


“앞으로 모든 회사의 IT 부서는 AI 에이전트의 HR 부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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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은 오랫동안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인적자원(Human Resource)관리’라는 말 그대로 조직의 성과를 위해 사람의 노동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교육하고 평가해왔습니다.


이런 HR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사람이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해 조직의 성과를 최대화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 일의 주체가 바뀌었습니다. 사람(자연지능)만이 아니라 AI(인공지능)와 함께 일하는, ‘지능’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사람과 AI, 두 지능의 차이

두 지능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자연지능은 인간이 경험과 맥락을 통해 지각하고 사고하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왜’에 대해 고민하고, 관계를 중요시하며, 직관과 감정, 도덕적 판단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죠.


반면,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패턴을 인식해 ‘어떻게’ 해결할지를 빠르게 도출합니다. 감정이나 윤리적 기준 없이 논리와 확률로 판단하며, 명확한 규칙 하에서 도구처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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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 자연지능은 ‘의미’를 다루고, 인공지능은 ‘정보’를 다루고
- 자연지능은 ‘맥락’을 이해하고, 인공지능은 ‘패턴’을 분석하고
- 자연지능은 ‘왜’를 고민하고, 인공지능은 ‘어떻게’를 해결합니다.


이 분명한 차이를 이해하면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파트너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협업의 설계는 누가 해야 할까요? 바로 HR입니다.





왜 IT가 아니라 HR일까?

HR은 본질적으로 ‘지능’을 다루는 부서입니다. 사람의 감정, 동기, 관계, 성장을 이해하고 조율해온 HR은 이미 ‘자연지능’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관리해온 경험을 갖고 있죠.


AI가 등장했다고 해서 이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과 AI의 협업은 기술적 결합을 넘어 관계적 설계, 심리적 조율, 윤리적 기준이라는 새로운 협업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기업 Shopify의 CEO Tobi Lütke는 직원들에게 “AI 사용은 이제 Shopify에서 기본 기대치”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에 제시했어요.


“추가 인력과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AI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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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AI를 더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닙니다. AI를 팀의 ‘구성원’처럼 고려하고, 그 역할과 한계를 사람과 함께 정의하자는 것이죠.


이러한 협업의 기준을 설계하고, 사람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HR이 해야 할 ‘지능 관리’의 핵심입니다.





HR, ‘인적자원’을 넘어 ‘지능자원’ 관리로

HR의 이제 인간(Human Resource)을 관리하는 일에서 벗어나,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시대에 맞는 지능(Intelligence Resource)의 관리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AI는 더 이상 업무를 보조해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며, 함께 일하는 ‘새로운 동료’가 되어가고 있죠.


AI를 어떻게 함께 일하는 존재로 맞이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사람과 어떻게 협력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HR 소프트웨어 기업 Lattice의 CEO Sarah Franklin은 AI를 디지털 근로자(Digital Workers)로 등록해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관리하는 실험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내부 반발로 3일 만에 중단됐지만, 이 실험은 AI를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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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변화 속에서 HR이 집중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요?


1. AI의 역량 설계와 성장지원
AI 역시 기업의 목표에 맞춰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HR은 AI가 사람처럼 방향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2. 지능자원의 성과 기준 수립
AI에게도 명확한 성과 지표(KPI)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AI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꾸준히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3. 사람과 AI 간의 협업 문화 조성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자연스럽게 협력하며,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전체의 문화적 변화를 이끄는 일입니다.

4. AI 거버넌스와 윤리적 기준 수립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할수록 그에 따르는 책임과 한계는 더욱 분명해야 합니다. HR은 조직 내 신뢰받는 AI 사용 기준을 마련하고, 윤리적 기준을 수립해야 합니다.


AI와 함께하는 일하는 환경에서 HR은 사람과 AI, 두 지능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거듭나야 합니다.


과거 HR의 목표가 사람을 잘 관리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을 종합적으로 조율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의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사람과 AI가 함께 배우고 자라는 지능자원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 HR이 걸어야 할 새로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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