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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포레스트 Nov 10. 2024

침과 청진기, 그 사이

두번째 꿈을 향해


"뭐라고?"


그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설마, 지금 결혼을 몇 달 앞두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겠다니…


6년간의 한의학 공부도 누구보다 열심히해서 5년만에 끝마친 그였다. 


이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의사가 되겠다니...




생각보다 나는 덤덤했다. 원래 작은 일보다는 큰 일에 아주 냉정해지는 편이었기에.


"그렇게 인생에서 큰 결정을 지금 내린 이유가 뭐야?"


그의 답은 이러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양의에 대한 갈


망 또한 커져감을 느꼈다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해볼껄 하기 보단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전해 보고 싶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시기였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있는 그 시점. 


이 친구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연달아 돌아가시게 되어 결혼이 한참 미뤄졌었었다. 


그런데 멀쩡하게 하던 한의사 일을 그만 두수능을 준비해서 쳐야한다는 이야기...


원래는 의과전문대학원이 있었으나 갑자기 사라지고 대학원의 TO가 의대로 합쳐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의전을 다니면 되었을 터인데, 그는 수능을 준비해야하고 그로부터 6년의 대학생활, 그리고


 +@가 기다리고 있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극단적으로 이상적이었고 현실 감각이 없는 상태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래, 좋아! 한번 밖에 없는 너의 인생, 너의 결정을 존중할게. 그치만 그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질 거라 믿어."


문제는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관문...


엄마,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곤 앞에 앉았다. 그리곤 그의 도전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래, 자신의 인생이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이니 후회없는 도전과 선택을 해봐야지!" 


두 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으셨다.


그런데 그 순간, 왜인지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너무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 것과 달리 두 분은 조금


이라도 고민해 주시길 바랐던 걸까...


그렇게 그는 수능 준비생이 되었고, 나는 그런 그와 함께 결혼을 준비하기로 했다. 


갑자기 30살의 수능 준비생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마음도, 그런 그와 미래를 약속하는 내 마음도 복잡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를 믿기로 했다.


나는 모아둔 하나 는 30살의 수능준비생과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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