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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포레스트 Dec 12. 2024

너와 나의 오아시스

휴식이 필요해

쓰레드에서 스친이 짧은 글을 올렸다.

 

'계획도 계획해서 하는 사람?'

 

엇...난가? 쉬는 시간도 정해놓고 쉬는 사람이 나인데...


생각해 보면 난 스스로에게 매우 인색한 타입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한 없이 나를 내버려둔 적이 거의 없다. 내가 맡은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삶 위에서 내 주변엔 항상 해야 하는 일들이 넘쳐났다. 체크리스트의 목록을 하나 둘 지워가며 종종거리는 모습이 나에겐 훨씬 더 익숙한 모습이다. 바쁜 일정 사이에서도 틈새 여유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감히 내 삶에 한없이 풀어지거나 될대로 되어버려라는 식의 태도는 허락하지 않았다. 



 바쁜 일과 와중에 유치원 상담을 다녀왔다. 선생님께서 원에서 첫째 아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신 내용, 그리고 집에서의 생활은 어떠한지가 대화의 주요 내용이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만들기를 사랑하는 아이였고 친구들과 거대한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어제 잠들기 전, 그렇게 가슴팍이 아프다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친구들과 유치원 놀이터에 사람이 들어갈만한 구덩이를 함께 파고 그 위에 긴 파이프를 차례로 얹어서 지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을까... 꽁꽁 언 땅을 삽으로 파면서 쉬지 않고 몰두해서 만들었을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짠하기도 하고 웃음도 났다. 


"어머니 말씀을 듣고보니 모모(태명)는 휴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 선생님 말씀이 딱 정확하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해나갈 때 휴식을 용납하기 어려워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평일도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주말에 아이와 함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때도 아이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엄마는 어린이랑 달라서 중간에 휴식이 필요해. 긴 바늘이 6에 갈 때까지는 쉬었다가 다음 거 하자." 


엄마가 지쳐있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학습한 아이는 어른이 자신의 체력과 분명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발문에 변화를 주어 이렇게 묻는다. 


"엄마, 엄마 힘드니까아~~ 그거 커피 한잔 하고 쉬었다가 바로 같이 만들자아~~~~?"

"밥 다먹었어? 몇 숟갈 남았어? 그것만 먹고 같이 놀자아~~" 



심히 압박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나 또한 그냥 솔직하게 엄마는 좀 힘드니 너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보라 하면 될텐데, 또 같이 있어주고 싶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아이는 나에게 기대를 하고 나는 나대로 지치는 상황이 종종 생겨난다.  


최근 그의 만들기 작업물 3종 세트


쉬지 않고 달려야하는 저 성향은 과연 엄마와 아빠 둘 중 누구를 닮았을까? 


첫째 아이의 많은 부분이 거의 아빠쪽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아이가 커갈 수록 은근히 이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쉼을 허락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단호하게 끝까지 나를 끌고 가는 모습이 어쩌면 나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아이와 나, 우리 둘 다에게 필요한 건 '지혜로운 휴식'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완료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일과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에게 쉼을 허락하고, 하고 있던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하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함께 글쓰기 챌린지를 하고있는 동료선생님 말씀처럼 자신만의 속도대로 즐기면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도착하는 사람이 진정한 위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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