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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포레스트 Dec 18. 2024

통통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말하기만 하면 척척 만들어주는 신비의 식당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종종 거리며 다니는 시즌이 왔다. 

어제 누군가의 글에서 '당신이 하루 종일 바쁘다면 그건 우선순위가 없어서이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선순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하루에도 우선순위가 여러 개라서 바쁜 거라고 마구마구 반박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각종 업무와 여러 가지 감정노동에 신경을 쏟다 보면 정작 집에 왔을 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착하자마자 훌러덩훌러덩 옷만 바삐 갈아입고 저녁을 차리고 씻기고 정해진 시간 안에 재우기 위한 매일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걸어 다닌다. 멀리서 보면 최소 5센티는 동동 떠서 다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단잠을 자고 있는 새벽시간 동안 나와의 만남을 가지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옷을 챙긴다. 그리고 세상 잘 자고 있는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깨운다. 정신없이 아침을 밀어 넣고 마지막까지 두 녀석들을 번갈아 안아주고 볼뽀뽀를 하고 안녕 안녕을 외치며 신발을 구겨 신고 뛰쳐나가는 출근길, 엄마와의 놀이에 목마른 아이들의 목소리와 얼굴이 운전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열일을 제쳐두고 아이들과 놀아야지 마음을 먹었다. 두 아이는 이틀 동안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엄마가 좋아한다며 매운맛 라면을 종이로 만들었다(사실 라면은 1년에 1번 먹을까 말까이다). 길게 종이를 삐뚤빼뚤 자르고 집에 있는 뻘건 색깔은 종류별로 다 꺼내서 색칠했다. 사실해야 할 부분보다 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빨간색이 더 많이 칠해졌었다. 하지만 네 살짜리 꼬맹이가 이제 좀 컸다고 가위질도 하고 형아가 시키는 대로 척척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첫째가 비닐봉지를 거꾸로 머리에 쓰고는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통통식당에 음식을 사 먹으러 오라고 했다. 둘째와 나는 현관에서부터 거꾸로 문을 열고 신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1인 식당 사장님은 손님이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메뉴판을 만들고 계셨다. 



"물은 안 주시나요?" 


"네네, 갖다 드릴게요."


하더니 그제야 하얀 블록 물컵을 만들어서 갖다 주신다.  

메뉴판에서 음식을 주문했더니 온갖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이 한꺼번에 우수수 나왔다. 나름의 디테일이 다 살아있는 걸 보니 웃음이 마구 난다. 



통통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슨 음식인지 맞춰보세요 :)


니체는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낙타-사자-아이의 3단계로 비유해서 말했는데 가장 마지막 단계가 최고의 몰입 단계로 '아이 정신'의 상태이다. 마치 모든 것을 잊고 아이가 놀이에 몰입하는 태도에서 진정한 창조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익숙한 모든 상황을 잊고 순수한 창조의 단계로 들어갈 때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낙타를 지나 사자의 단계를 넘어 아이로 돌아가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글을 쓰다 보면 삶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수동적인 낙타의 삶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사자로,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놀이로 뛰어드는 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답 공개>

1번 야채가 든 매운 라면 2번 자장면 3번 닭다리 4번 초밥 5번 간장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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