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지혜가 생긴다
스무 살 생일날,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어른이 됐으니까 모든 게 달라지겠지? 앞으로는 확신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거야."
서른이 된 지금, 그때의 나를 보면 정말 귀엽다. 어른이 되면 갑자기 모든 답을 알게 될 줄 알았다니.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더 헷갈리는 것들이 많아졌다.
거짓말 #036: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무엇이든 척척 결정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쉽게 해결하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 거야', '어른이 되면 인생의 방향이 명확해질 거야', '어른이 되면 더 이상 헷갈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헷갈리는 것들이 많다.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들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어릴 때는 몰랐던 새로운 고민들도 생겼다.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진정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자살이다"라고 했지만, 너무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삶의 의미를 계속 질문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뜻 아닐까.
결국 깨달았다. 어른이 되는 것은 모든 답을 얻는 게 아니라, 답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걸.
거짓말 #037: "나이 들면 지혜가 생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는 말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나이 들면 저절로 지혜로워진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정말 그럴까?
주변을 보면 나이가 많아도 여전히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어린 나이에도 놀랍도록 현명한 사람들도 있다.
나 자신을 돌아봐도,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현명해진 건 아니다. 다만 실수를 통해 배운 것들이 쌓였을 뿐이다. 그것도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깨달은 것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를 두 가지로 나눴다. '이론적 지혜(소피아)'와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 이론적 지혜는 학문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실천적 지혜는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건 나이 자체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의 축적인 것 같다. 10년을 살아도 같은 패턴만 반복하면 지혜가 쌓이지 않지만, 1년을 살아도 다양한 도전과 성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얻는 건 지혜가 아니라 '겸손'이다.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를 아는 것.
거짓말 #038: "어른은 항상 답을 안다"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질문하면 항상 답을 해주셨다. 그래서 어른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들도 모르는 게 정말 많았다. 다만 아이들 앞에서는 확신 있게 말씀하셨던 거였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상사들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분들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놀라운 건, CEO가 된 지금 깨달은 사실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모른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모든 사람이 답을 기대하는데, 정작 나도 모르는 일이 태반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에 이런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한 앎이라는 뜻.
지금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어른다운 태도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보다, 모르니까 함께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거짓말 #039: "18세/20세가 되면 진짜 어른이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는 나이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정말 그 날이 되면 갑자기 어른이 될까?
스무 살 생일 다음 날, 나는 여전히 어제와 같은 나였다. 갑자기 성숙해지지도 않았고, 책임감이 생기지도 않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제 어른이니까 알아서 해야 해"라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어른 노릇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돌이켜보니 어른이 되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이었다. 하나둘씩 책임이 늘어나고,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천천히 성숙해지는 과정.
특별한 '어른 인증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어른 같고, 어떤 면에서는 아직 어린 것이 자연스럽다.
지금도 나는 완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되어가는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 #040: "어른이 되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무서워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오히려 두려워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지켜줄 거라는 안전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책임이 늘어날수록 두려움도 함께 늘어났다.
건강에 대한 걱정, 경제적 불안, 가족의 안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어른의 두려움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두려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현실은 이랬다
어른에 대한 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른이 되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 모든 답을 얻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얻는 가장 큰 것은 지혜가 아니라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어른이 되는 것은 특별한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라는 것.
지금의 나는 '어른다움'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계속 배우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책임을 지는 것.
어른에 관한 거짓말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니, 비로소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보였다. 그것은 모든 걸 아는 완벽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성장하려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결국 어른이 되는 것은 도착점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여행은 평생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