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스물다섯 살 어느 우울한 월요일, 회사 동료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왜 맨날 우울해? 행복은 선택이야. 그냥 행복하기로 마음먹으면 되는데."
그날 나는 정말 화가 났다. '행복을 선택하지 않아서 우울한 게 아니라, 우울해서 행복을 선택할 수 없는 건데!'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동료도, 나도 행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거짓말 #031: "행복은 선택이야"
자기 계발서에서 가장 자주 보는 문구 중 하나다. "행복은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선택하세요!"
정말 그럴까?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비 오는 날을 "우울하다"라고 볼 수도 있고, "낭만적이다"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말의 함정은 '모든 상황에서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오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월세 밀려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행복은 선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건강이 나빠서 고생하는 사람에게 "마음가짐만 바꾸면 돼"라고 할 수 있을까?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은 덕과 외적 조건이 함께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라고 했다. 즉,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내 경험을 돌이켜봐도,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 됐다.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도 밝아졌다.
행복은 100% 선택도, 100% 운명도 아닌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부분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섞여 있는 복잡한 감정이다.
거짓말 #032: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책들과 강의들이 넘쳐난다. 마치 긍정적 사고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대학 시절, 취업이 안 되어서 우울해할 때 선배가 이렇게 조언해 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러면 좋은 기회가 올 거야."
그래서 정말 열심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분명 좋은 회사에 들어갈 거야", "이 모든 게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야"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취업이 갑자기 잘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리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니까 더 피곤했다.
문제는 '무조건적인 긍정'이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막연히 좋게만 생각하는 건 때로는 위험하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현실적 낙관주의'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 안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는 것.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건설적으로 생각하는 것.
거짓말 #033: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돈이 모든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돈이 행복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월급이 150만 원일 때와 300만 원일 때를 비교해 보자. 150만 원일 때는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언제쯤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300만 원일 때는 가끔 친구들과 맛있는 곳에서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더 비싼 음식'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자유로워진다.
부처님도 "중도"를 강조했지 않나. 극도의 금욕도, 극도의 방종도 아닌 적당한 균형. 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 없어도 불행하고, 너무 많아서 집착하게 되어도 불행하다. 적당히 있으면서 현명하게 쓸 때 행복에 도움이 된다.
거짓말 #034: "행복은 성취에서 온다"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계속 목표를 세웠다. "대학 졸업하면 행복할 거야", "취업하면 행복할 거야", "승진하면 행복할 거야", "연봉이 오르면 행복할 거야"...
하지만 이상했다.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잠시 기쁘긴 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세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야 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쾌락 적응' 현상이다. 인간은 어떤 수준에 도달하면 금세 그것에 적응하고, 더 높은 수준을 원하게 된다는 이론.
나중에 깨달았다. 성취 자체보다는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걸.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보다는,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일상이 더 소중했다.
지금은 '도착 지향적 행복'보다는 '과정 지향적 행복'을 추구한다. 언젠가 도달할 목표에 행복을 걸어두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즐거움들을 찾으려고 한다.
거짓말 #035: "남과 비교하지 말고 살아라"
"비교는 도둑이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만 바라보고 살라고.
하지만 정말 비교를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회사에서 동기가 승진했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이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친구가 멋진 여행 사진을 SNS에 올리는데 나는 집에서 넷플릭스만 보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다른 개체와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능력이었다.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비교하는 방식'인 것 같다. 남을 질투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비교는 독이 되지만, 동기부여가 되고 배움의 기회가 되는 비교는 약이 된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비교는 하되, 건설적으로 하자. "저 사람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못할까?"가 아니라 "저 사람의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로.
현실은 이랬다
행복에 대한 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행복은 완전히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섞여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무작정 긍정만 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돈으로 모든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안정은 행복의 토대가 된다.
성취도 중요하지만,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찾는 일상의 즐거움이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교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방식만 바꾸면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안에서 찾아내는 작은 만족들의 집합이라는 것.
지금의 나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발견'하려고 한다. 이미 내 주변에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맛있는 커피 한 잔,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시간...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사실 행복의 실체였다.
행복에 관한 거짓말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니, 비로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보였다. 그것은 화려하거나 극적인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만족감이었다.
결국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