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멀고 먼 얘기라고 생각했어. 결혼, 서로 다른 두 가정에서 각자 자라서 다른 환경 다른 습관 다른 삶 다른 생각 무수히 많은 다름을 사랑이라는 따스한 이름으로 뛰어넘어 시작되는 첫 단계! 결혼.
내게 결혼이란 막연했어. 언젠가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닌 더 완벽해지면 더 많이 갖춰지면 더 많이 이루고 나서할 거란 생각을 하며 살았어. 근데 10년 먼저 살아본 내가 확실히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결혼은 두 원석이 만나 서로를 아껴주고 다듬어주고 보듬어주면서 반짝이는 보석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두 보석이 만나 결혼을 한다면 이미 다 이뤄버린 결과물이니 서로를 가꿔도 다듬어줘도 의미가 없지. 이미 반짝이는 아름다운 보석인데. 둘이 아니라 혼자여도 이미 아름다우니 보석이 함께 할 의미가 있을까?
네가 만나는그 남자 정말 괜찮은 남자더라. 치킨을 시키면 항상 닭다리 두 개 닭날개 두 개 다 너 먹으라고 퍼석한 닭가슴살만 먹던 다정하고 착한 남자. 꽃게 좋아하는 너에게 대게의 맛을 보여준 통 큰 남자. 10년 동안 먹은 대게만 100마리가 넘지. 풋! 대게 사주면서 늘 대게는 입맛에 안 맞다며 대게만 까주고 본인은 대게볶음밥이 맛있다며 밥으로 배 채우는 남자. 부모님보다 장인장모님 먼저 챙기며 살갑게 대해주고 철마다 여행 함께 가는 마음 따뜻하고 정 많은 남자. 심성이 착하고 예의 바른 남자야. 강한 것 같지만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작은 칭찬에 기뻐하고 더 칭찬받고 싶어서 늘 가족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남자. 멋지더라 그 남자.
근데 결혼이란 게 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지. 네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려면 그의 가족도 봐야지. 어릴 적 기억들이 모여 나만의 틀을 만들어 그 틀 안에 사는 것 같아. 우리 엄마를 보며 시어머니의 이미지를 굳혀갔어. 나에게는 고방(창고, 사투리) 안의 맛있는 곶감을 내어주시던 한없이 다정한 할머니셨지만 엄마에게는 추운 겨울 뾰족뾰죡한 차가운 고드름처럼 냉정한 시어머니셨어. 그 시절 시집살이는 당연한 시대라 너도나도 며느리라면 겪어봤다 할 경험들이 많았지. 그래서 얘기만 들어도 어린 내겐 시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어. 결혼생활보다 더 걱정되던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댁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앞섰지. 주변 언니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시댁은 복불복이다.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쭈뼛서고 긴장감이 맴도는 단어 시댁이었어. 근데 그거 알아? 결국 자녀를 보면 부모님을 안다고 그 남자를 보면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어. 이렇게 다정하고 착한 남자를 길러주신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더라.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간 날,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시던 어머님과 수줍은 듯 바라보시면 존댓말로 대해주시던 아버님을 뵙고 내 걱정들은 눈 녹듯 사라졌지.10년이 지난 지금은 친정부모님만큼 나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셨어. 그러니 시댁에 대한 걱정은 넣어두렴. 결혼은 해도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말을 하잖아. 먼저 결혼해 본 나로서는 너의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한다. 혼자살 수 없다면 더더욱 해야 해. 그리고 결혼 후 만들어가는 가족의 범위와 사랑은 배로 커져가. 그리고 결혼의 꽃! 바로 우리 아이. 아이의 탄생과 출산은 기적이야.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더 감사하고 잘하려고 노력해.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 아이를 만날 수 없었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해. 남편으로 하여금 태어난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하고 소중한 우리 아이. 그리고 그 남편을 낳아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해. 이 모든 시작이 부모님께로부터 난 것이니깐. 감사한 마음이 생기니깐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더 잘하려고 노력하더라. 사랑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사실! 그러니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현재의 삶을 누리며 살아가. 결혼준비의 재미도 느껴보고 새집 새가구 새 가전도 고르면서 앞으로 함께할 시작을 준비해 봐. 이제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생기는 거야. 부모님께 말할 수 없던 나만의 고민들을 함께 얘기하며 나누며 둘만의 비밀얘기들이 쌓여갈 거야. 그 재미가 쏠쏠하지. 늦은 밤 손잡고 나가 심야영화 보는 것도 눈치 볼 필요 없어. 그 남자와 함께라면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금요일밤 무작정 동해바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일은 이제 일도 아니야. 둘이서 할 수 있는 신나는 일들이 무궁무진해. 앞으로의 일들을 기대해도 좋아. 그러니 지금의 걱정들은 넣어두고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해 보렴. 결혼준비 잘하고 10년 뒤에 만나자.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