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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스방 Jun 16. 2024

데드 포인트를 넘어서다

실업자가 된 후로 직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이 지나쳐서 나태한 일상으로 접어드는 것이 두려워 

하루하루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지역사회 활동을 넓혀나가면서 그날그날 할 일과 했던 일을 To Do List를 만들어 

기록했다. 자유로운 일상을 다소 옥죄어서 매일매일을 다소 긴장하며 지내도록 나 스스로 삶을 통제했다.   


하루의 일과는 일어나자마자 건강한 습관을 다지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했다. 

마침 살고 있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입주민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날도 근력운동을 마치고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러닝머신에 올라 속도를 높여 뛰어가다가 호흡이 가빠지더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러닝머신을 멈췄다. 


그 순간 마라톤 선수들이 마라톤 경기에서 때때로 체험한다는 데드 포인트(Dead Point)를 느꼈다.  

데드 포인트(Dead Point)는 마라톤 선수가 정해진 코스를 달리다가 숨이 막혀서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 순간을 견디어 내면 다시 힘이 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마라톤과 비슷해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자기의 삶을 열심히 달려 나가다가도 불현듯 나타난 데드 포인트(Dead Point)와 같은 장애물로 시련을 겪기도 한다. 

나의 삶의 여정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장애물이 나타났었다. 

직장의 어려운 형편의 재무적인 여건을 이겨내고 서울지역 최우수 신협으로 만들어 놓고 중장기 목표를 실행해 나가던 중에 비열하고 간교한 덫에 갇혔다. 


강요된 퇴직의 비열한 구렁텅이에서 참담함과 모멸감을 참아내며 버티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직장의 현실 상황을 어찌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선량한 직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퇴직을 결심했다. 

그러고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굳은 각오로 매일의 생활 속에서 앞날을 차분하게 계획해 나갔다. 

내가 다시 돌아갈 직장에서 목표로 정한 이사장직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한다. 


우선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서점을 뒤져서 선거 관련 서적을 찾아서 탐독하면서 선거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를 닦아나갔다. 

한편으로는 여유롭지 못한 일상에서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긴 숨으로 멀리 목표를 향해서 차근차근 한발 한발 내디뎌가며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마음을 무장해 나갔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사회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두 해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결전의 선거일이 서서히 다가왔다. 


이사장 후보로 등록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추천서를 받으러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만난 조합원들이 반가운 마음으로 힘내라며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조합원들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사장에 당선되어서 조합원들과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이사장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위해 선거사무실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았다.

일주일 남짓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운동 사무소를 빌려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마침 휴업 중인 카페를 소개받아 선거운동 사무소를 차렸다. 

입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다음 날부터 주어진 선거운동 기간은 주말을 포함해서 8일이었다. 


선거운동 캠프가 꾸려지고 캠프에 함께할 선거운동원을 모집하여 선거운동 캠페인을 위한 진지를 구축했다.  

먼저 유권자인 조합원들과 약속을 정한 선거공약을 만들었다.

‘조합원 중심의 열린 경영을 실천하겠습니다’

선거 슬로건을 내걸고 신협의 건실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네 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첫째는 조합원 중심사업을 확대하여 조합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 참여사업을 확대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전개하여 조합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산악회 등 동호회 활동을 통한 조합원들과 관심과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는 내실경영으로 재무안정성을 정착하고 지속적인 수익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자금의 조성과 운용의 전문성을 길러 수익의 창출은 극대화하면서 리스크는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협의 본점과 지점별로 경영성과를 분석해서 수익성을 향상하고 책임경영체제를 만들어 신협의 건실한 성장을 약속했다.   


셋째로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협동조합 간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몇 년 전에 내가 만들었던 두 손 모아 봉사단과 협동조합협의회를 통해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지역사회에서 상생을 위한 협동조합 간 협동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협의 이념을 되새기고 인적자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신협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입니다.’라는 신협의 가치와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로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공약과 선거 홍보물을 만들고 선거 캠페인 홍보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무엇보다도 가족의 도움이 컸다.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아내와 아들 그리고 두 딸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재능과 역량으로 선거 캠페인 전략을 함께 수행해 나갔다. 

아들은 그 당시 대학원에서 연극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있어서 선거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아서 선거공약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공개하여 입소문을 통해 조합원들이 선거홍보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홍보전략을 계획했다.   


아파트 거실 한편에 촬영 세트장을 마련하고 유튜브에 홍보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카메라에 비친 초췌해진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마음 가득 쌓인 근심과 걱정으로 몸무게도 줄어들고 얼굴도 까칠해진 탓으로 초췌한 외모를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홍보 영상을 촬영하는 내내 진솔한 마음으로 조합원들에게 호소력 있는 선거공약을 담아내려고 애썼다.      


이렇게 아들은 선거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맡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막내딸은 선거홍보 인쇄물 디자인 작업을 맡았다. 

동네 사진관에서 선거홍보용 사진을 찍으면서 막내딸의 성화로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고 쓸만한 사진을 골라내어 세련된 디자인의 인쇄홍보물을 만들어 냈다.

큰딸은 직장에서 마케팅 관련 업무 경험과 컴퓨터 포토샵을 잘 다루어서 선거 홍보물에서 가장 중요한 명함을 디자인하고 선거전략을 함께 수립했다. 


아내는 선거 사무소의 살림을 맡고 선거운동원들의 활동을 독려하며 현장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우리는 선거 캠페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는데 손발이 척척 맞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라는 당연함도 있었지만 그동안 내가 겪었던 고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절박함은 말 그대로 원팀을 만들어 냈다. 


선거 사무소에서 바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식탁에 둘러앉아서 밤을 지새우며 선거운동 전략을 협의하고 해야 할 일을 나누고 서로 격려했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협의 각 지점을 거점으로 선거운동원을 배치해서 명함과 선거공보와 함께 발송한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며 선거 홍보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저녁이 되면 천변에 산책을 나온 주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누어주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신협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신협을 거래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선거운동이 허락된 마지막 밤까지 천변 산책길을 누비며 선거 홍보물을 나누어 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데드 포인트(Dead Point)를 넘어서면 처절한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쁨이 기다리고 있듯이 고난을 극복하고 맞이하게 될 기쁨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 나갔다. 


그날 밤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워 직장을 퇴직하고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의 여정을 곱씹으면서 쉽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애썼다. 

뒤척거리기를 반복하다가 내일이면 내 운명의 데드 포인트(Dead Point)의 결과가 기쁨으로 맺어질 것을 확신하며 뒤척거리다가 선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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