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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스방 Jun 29. 2024

거리낌 없이 나누는 삶

설왕설래 끝에 한 해를 걸러서 드디어 도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코로나가 점령한 세상의 우울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올림픽 경기중계를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탁구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와 싸우는 폴란드 선수를 보고 힐끔 놀랐다. 

폴란드 국가대표 탁구선수로 장애인 탁구와 일반인 탁구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지체장애인인 나탈리아 파르티카 선수였다.      


한쪽 손이 없는 파르티카 선수는 팔꿈치에 공을 올려놓고 서브하며 우리나라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나는 경기를 보면서 상대 선수인 파르티카의 장애를 뛰어넘는 투혼에 매료되어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두 세트는 내리 한국이 이겼으나 끈질기게 경기에 몰입한 파르티카 선수의 불굴의 투지로 계속된 두 세트를 폴란드가 내리 이겨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어서 계속된 마지막 세트에서 양쪽은 듀스 스코어에 이르기까지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인 뒤에야 한국의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경기 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나에게 날아온 모든 탁구공과 열심히 싸운 것에 만족한다." 

그녀는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대회를 시작으로 패럴림픽은 물론 올림픽에도 출전해 당당히 일반인들과 실력을 겨뤘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폴란드 선수 동료들은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녀는 이어졌던 패럴림픽 탁구 단식경기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계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강인한 투혼을 보고 마음속에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솟아올랐다. 

내가 그녀를 응원했던 것은 단순히 그녀가 한쪽 손이 없는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거리낌 없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였다. 


더욱이 친근하게 느꼈던 것은 예전에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삶을 가까이 봐왔기 때문이다.      

신협에 근무하면서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신협의 참뜻을 실천하기 위해 조합원으로 구성한 두손모아봉사단을 창단했다. 


첫 번째 봉사활동으로 우리 동네에 있는 지적장애인 시설인 바오로교실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매월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적장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여 어떻게 말을 나눠야 할지 막연했지만 몇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라는 것이 정신적인 성장이 지체되어서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완전하여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렵다고 하지만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과 어울리면서 알게 되었다. 

그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일일 레스토랑을 열어서 봉사단원들은 음식을 만들고 바오로교실 친구들은 웨이터 복장을 하고 서빙을 하면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들과 마을 길을 산책하면서 나눈 해맑은 대화는 꾸밈없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 


얼마 후 ‘손에 손잡고’라는 주제로 1박 2일 어울림 캠프를 함께하며 마주 앉았다. 

이미 성인인 그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나누면서 이웃에 사는 여느 집의 형제자매 인양 스스럼없는 대화로 깊어가는 가을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 후로도 그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보호작업장에서 판매용 누룽지를 만들고 기업에서 하청 받은 포장 상자 접는 단순한 작업을 함께하면서 웃고 떠드는 것이 그저 재미있었다.    


그들은 누룽지를 팔아 번 돈이나 기업에서 하청 받은 일거리를 한 대가로 급여를 받으면 한 달에 한 번 우리 신협 창구에 몰려와서 그들 각각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통장에 저금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활 방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조합원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며 돕는 일을 하면서 나눔과 배려를 통한 기쁨과 보람을 나누고 모두가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일을 꾸미는 것을 함께하면서 그때마다 행복감에 빠져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씩 동네 주민센터에 의뢰해서 기초생활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 차상위가정의 학생을 찾아내서 장학금을 주고 학생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비록 큰돈은 아닐지라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그 가정에 불어넣어 주고 함께 사는 이웃의 희망을 전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칭얼거리고 보챌 때 엄마는 ‘어부바’하면서 아이를 업고 달래면 아이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비벼대다가 이내 잠이 든다.  

아이가 포근한 엄마의 등에서 편안함을 느끼듯이 지역아동센터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부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아동복지시설로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건전한 놀이와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아동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부바 멘토링 프로그램‘은 신협사회공헌재단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손잡고 전국에 있는 신협에서 실시하고 있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전국의 신협과 임직원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우리 사회에 어둡고 그늘진 곳을 환하게 밝히고 적극적인 나눔의 실천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신협의 순기능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신협의 '어부바 멘토링'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경제관념과 협동의 가치를 전파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신협은 동네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두 곳과 돌봄 협약을 맺고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건전한 사회성을 심어주어서 건강한 아동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는 이러한 ‘어부바 멘토링’과 같은 활동을 통해 동네에 함께 살고 있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일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한편 우리들의 미래를 지켜나갈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만드는 것만큼 지금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온 어르신들의 삶을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에 노화가 진행되면 주변의 사람들의 보살핌이 필요해진다. 

더욱이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년기에 이르러 가족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삶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설 명절을 앞두고 우리 동네에 있는 어르신돌봄통합지원센터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신협의 어부바 박스에 생필품을 담아 홀몸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했었다.      

환하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건강하시라는 몇 마디를 나누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공경의 뜻으로 독거노인을 홀몸 어르신 부른다고 한다. 


홀몸 어르신들은 경제적 궁핍과 각종 질병, 정신적 고립감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금방이라도 고장이 나서 멈출 것 같은 다 낡은 소형차를 타고 좁은 언덕길을 오르며 불안한 마음이 들어 신협사회공헌재단에 차량 지원 도움을 간곡히 요청했다.      

사회공헌재단에서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여 어부바 캐릭터로 단장한 새 차량을 보내 주었다. 


가족을 대신하여 홀몸 어르신들의 외로운 마음에 온기를 지펴주는 사회복지사의 손길이 고마웠다. 

여기에 우리 신협은 사회복지사가 불안하게 몰던 낡아빠진 차를 새 차로 바꾸어 주어 그들의 발길을 안전하게 해 주게 되어서 참 좋았다. 

더욱이 ‘평생 어부바 신협’의 슬로건으로 랩핑 한 옷을 입은 어부바 차량이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신협의 따뜻한 마음을 잘 전달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신협이 금융업무를 통해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도움을 주는 것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신협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동네에 사시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어두움 밤길을 다닐 때 안전에 도움이 될 야광 지팡이를 전달했다. 어르신들이 사용할 야광 지팡이는 야광 반사판을 부착해 낮에는 물론 어두운 밤길에도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일을 꾸미고 실천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참된 가치를 하나하나 터득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 동네에 있는 사회복지협의회와 지속 가능한 복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고 일회성의 도움이 아니라 꾸준하게 이웃을 돌보는 작은 실천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장애인 100 가구를 대상으로 신협 어부바 박스에 생활용품과 신협 임직원들의 훈훈한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써서 함께 전달했다.  


나는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알기 쉬운 재테크 이야기에 곁들여 금융거래 이상의 가치를 신협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떠들어댄다.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골라서 먹듯이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을 선택해서 거래할 때 그 선택지에 신협의 장점을 꼽아서 함께 넣어 달라고 부탁한다. 

신협을 거래하면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를 돕는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동네에서 어려운 이웃을 살피며 작은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 내 직장 신협의 참모습이다. 


그 모습에는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널리 전염시키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몸짓이지만 커다란 삶의 가치가 배어있다. 

앞으로도 우리 신협은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갈 것이다. 나는 그 앞줄에 서서 선한 일을 꾸미고 실행하면서 이웃과 함께 기쁨과 보람을 나누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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