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stEdition Jul 28. 2023

나는 너를 약간 몽글몽글해

"나는 너를 방울방울해"

영화 러브 픽션에서 하정우가 공효진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방울토마토에 빗대어 말한 대사다.


무지성으로 제안한 두 번째 저녁 식사에 그녀는 흔쾌히(?) 내일 시간이 괜찮다고 답다.


첫 번째 식사 때 보다 편안한 분위기, 어쩌면 평소보다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는 음식, 논알콜 하이볼 정도로도

충분 느낄 수 있었던 정신적 교감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두 번째 식사는 다행스럽게도 세 번째 만남을 기약하며 그렇게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연애를 쉬면서, 다음엔 이런 사랑을 해야지라고 다짐했었다.

"몽글몽글한 사랑"


사전적 의미의 몽글몽글 하다와는 달리, 나는 이 단어에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몽글몽글하다"

 - 주말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당신의 민낯을 보면서 느끼는 애틋함

 - 당사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딘가 절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측은함

 - 나에게 보이면 안 되는 모습들을 실수로 노출하여 당황했을 때 느끼는 희열

 - 한없이 강해보이던 사람이 내 앞에서 투정 부리는 것을 포용할 때 느끼는 안온함


말랑말랑과 둥글둥글이 합쳐진 정도의 어감에 솔직함 한 스푼을 더한 단어.


함께 산책하면서 느낀 약간의 몽글몽글함이 비단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 고민할 찰나에

불현듯 익숙한 향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도 10분 간격으로 두 번


처음엔 우연일까? 싶었는데 산책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확신으로 바뀌어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샤넬 No.5 뿌리셨어요? 갑자기 향이 확 느껴지네요"


"아침에 뿌리고 안 뿌렸는데, 아직까지도 향이 남아있나 봐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

처음 내게 물음표로 다가왔으나 어느덧 느낌표로 자리잡은 향수


그렇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몽글몽글해져만 간다.











 


 

작가의 이전글 소개팅만 50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