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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8. 2023
"나는 너를 방울방울해"
영화 러브 픽션에서 하정우가 공효진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방울토마토에 빗대어 말한 대사다.
무지성으로 제안한 두 번째 저녁 식사에 그녀는 흔쾌히(?) 내일 시간이 괜찮다고 답했다.
첫 번째 식사 때 보다 편안한 분위기, 어쩌면 평소보다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는 음식, 논알콜 하이볼 정도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정신적 교감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두 번째 식사는 다행스럽게도 세 번째 만남을 기약하며 그렇게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연애를 쉬면서, 다음엔 이런 사랑을 해야지라고 다짐했었다.
"몽글몽글한 사랑"
사전적 의미의 몽글몽글 하다와는 달리, 나는 이 단어에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몽글몽글하다"
- 주말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당신의 민낯을 보면서 느끼는 애틋함
- 당사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딘가 절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측은함
- 나에게 보이면 안 되는 모습들을 실수로 노출하여 당황했을 때 느끼는 희열
- 한없이 강해보이던 사람이 내 앞에서 투정 부리는 것을 포용할 때 느끼는 안온함
말랑말랑과 둥글둥글이 합쳐진 정도의 어감에 솔직함 한 스푼을 더한 단어.
함께 산책하면서 느낀 약간의 몽글몽글함이 비단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 고민할 찰나에
불현듯 익숙한 향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도 10분 간격으로 두 번
처음엔 우연일까? 싶었는데 산책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확신으로 바뀌어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샤넬 No.5 뿌리셨어요? 갑자기 향이 확 느껴지네요"
"아침에 뿌리고 안 뿌렸는데, 아직까지도 향이 남아있나 봐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
처음 내게 물음표로 다가왔으나 어느덧 느낌표로 자리잡은 향수
그렇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몽글몽글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