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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Nov 17. 2024

컴공 1학년 마치고 군대간 이유


아들을 키워보니, 나의 잔소리는 1도 소용없고 선생님이나 특히 친구의 말 한마디가 중요한 것 같다.


(아들) 엄마, 그동안 문제 잘 안풀린다고, 내용 잘 모르겠다고 좌절해왔는데, 시험이 아직 두달이나 남았잖아? 지금 모르겠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모르는 부분 잘 익히고 외우면 된다고, 과외쌤이 그랬어!!


(나) ……!


내가 여태까지 맨날 해오던 말인데, 과외쌤의 한마디에 새삼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양 유레카를 외치는 아이를 볼때면, 그야말로 어리둥절 할 말을 잃게 된다.

 



(아들) 엄마, 나도 1학년 마치고 군대갈까?


그동안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대학 입학 후 가능한 일찍 군대를 다녀오는 게 좋을거 같다고 줄곧 말해왔다. 그치만 아무리 말해도, 늘 회피하며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일?


(아들) 친구 J있잖아요. 이번에 군대 간대요.


친구 J라고 하면 지난해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입학한 친구였다.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함으로 늘 자기 앞가림을 똑부러지게 해나가며, 아들에게도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친구였다. 대학도 간판보다는 전공 위주로 선택해, 좀 특이하고 자기 주관이 뚜렸하구나~ 생각했던 친구다.  


(나) 진짜? 왜 그렇게 일찍 군대를 간대?


그런데 이유가 가관이었다. 전공이 컴퓨터 사이언스인데, 업계 기술진보가 너무 빨라  변화를 계속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일찌감치 군대 다녀와 최대한 조기에 직업적 성공을 이루고 40세 이전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나) 아...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파이어족 하려고 군대 일찍 가는거야? 대박!


어린 나이에 벌써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계획성 있게 살아가는 그 친구가 대단해 보였다. 의치한, 명문대만 보고 달리다가 막상 대학 입학 후에는 갈길 몰라 방황하기도 하는 여느 대학생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친구 뿐만이 아니다. 이공대학 내 경영학과에 다니는 아들은 아무래도 이공계 친구들이 많은데, 벌써 자기만의 AI 비서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친구,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동안 공부만 해온 아들로서는 자기와는 사뭇 다른 친구들의 모습에 여러모로 자극을 받고 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간다는 아들 친구 이야기를 듣고 예전에 유키즈에서 본 40세 파이어족 한 분이 떠올랐다. 국내 테크 업계 종사자인데 기술진보가 넘 빨라 따라가기 버거워 스트레스를 받다가 건강상 이유로 조기 퇴사를 하고 파이어족이 된 경우였다.


https://naver.me/xWNw0vTT


요즘 방송이나 광고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도 AI 영상 등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나 때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


이 말 한마디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우도 종종 본다


이 엄청난 국제화 추세와 AI 등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막상 인재가 되고 나서도 너무 빠른 기술 진보 속에서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차라리 매우 아날로그적이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직업이 틈새시장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보면서 나는 아들 군대를 언제, 어떻게 보낼지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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