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미국 시골 생활 적응기
“Anything exciting?” 아침 일찍 커피를 빠르게 테이크아웃해서 나가려던 나는 그야말로 굳어버렸다. 질문을 받는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뭐? 갑자기 여기서 exciting 이요?” 당황스럽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하며 딱히 오늘은 별 일이 없다, 그냥 하루종일 공부해야 한다고 받아쳤지만 당혹스러움은 꽤나 오래갔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빠르게 테이크아웃해서 나가는 한국의 커피숍과 미국의 커피숍은 꽤나 다른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직원과 지역, 커피숍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직원들이 스몰톡을 걸어오곤 한다. 특히 내향인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고, 공포스러운 순간이다. 주로 “How are you” 와 같은 간단한 인사를 하긴 하지만, 오늘 뭔가 신나는 일이 없었는지, 재밌는 계획은 없는지, 아침에는 무엇을 했는지도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평소 한국에서는 자주 접하지 않는 칭찬들을 마주할 때도 많다. 평소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주근깨를 보고 너무 귀엽다며 칭찬하기도 하고 (친언니의 경험담), 한국에선 부끄러워서 입지 못했던 튀는 옷을 입으면 패셔너블하다며 칭찬해주기도 한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난 미국인들은 유독 올핑크에 환장했다). 칭찬은 감사하지만, 그래도 스몰톡이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영어가 익숙하지 않고, 스몰톡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면 본인만의 대응 매뉴얼을 대략적으로나마 생각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로 오늘 어때? (how are you?)와 같이 비교적 단순한 질문에는 “good”으로 대답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재밌는 일 없어? 오늘 계획은 뭐야? 와 같은 질문에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짧은 대답을 생각해 둔다면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는 주변 한국인 지인들과 미국의 스몰톡을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대화에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1. 튀는 패션을 입고 가게 되면 스몰톡의 표적이 되기 쉽다. 어떤 지인은 매번 귀여운 곰돌이 스웨터를 입고 갈 때마다 직원들이 칭찬을 해주거나 말을 걸었다고 한다.
2. 대답을 길게, 장황하게 할수록 질문을 더 한다. 이는 마치 나에게 말을 더 걸어줘!라고 어필하고 미끼를 제공하는 것.
3. 커피숍 안에 줄이 없고 사람이 없을수록 스몰톡의 확률은 올라간다. 바쁘니까 당연할 수밖에!
사실 스몰톡에는 정답이 없다.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 티를 입고, 사람이 미어터지는 커피숍에 가서, 단답으로 대답을 해도 누구를 만나느냐, 직원의 기분이 어떤가에 따라 스몰톡에 무방비하게 노출이 되기도 그 반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피하기보다는 즐기도록 노력할 것. 원어민들과 공짜로 프리토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스몰톡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가져볼 것. 언젠가는 나도 그들에게 먼저 자연스럽게 다가가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오늘도 미국에 사는 모든 내향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