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스하다 May 23. 2024

허식 전 인천시의회 의장 ‘돈맛’ 영수증 조작 의혹

[뉴스하다]의원님 이게 뭡니까

제9대 인천시의회 전반기 의장은 두 명입니다. 허식 전 의장이 5·18 망언으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남은 임기를 이봉락 의장이 이어받았습니다.


이봉락 의장 임기는 다음달까지로 후반기 인천시의회를 이끌어갈 새 의장을 선출합니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후보로는 한민수, 신충식, 김대중, 유승분, 박창호, 이인교 의원 등 6명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의장 사무실은 상임위원장과 비교해도 2배 가량 넓고 접견실도 별도로 있습니다. 의장 비서실은 8명의 직원이 일정, 인사, 의전 등 철저히 관리합니다. 게다가 의장에게는 관용차량을 지원합니다.


특히 의정활동에서 의장의 권한은 강력합니다. 특정 안건을 직권 상정할 수도, 반대로 상정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허식 전 의장은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인천시의회 의장은 업무추진비로 연간 6천267만원, 한 달 522만원 정도 예산으로 품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조사비, 밥값, 술값 등을 공식적으로 챙깁니다.


뉴스하다는 후반기 인천시의회 의장 선출을 앞두고 전반기 전현직 의장들이 쓴 업무추진비를 조사해 영수증 조작, 쪼개기 결제 등 위반사항을 찾아냈습니다.


두 의장들의 영수증 조작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공문서 위조로 판단됩니다.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영수증과 뉴스하다가 직접 입수한 영수증 원본을 비교해 조작한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허식 의장 시절 업무추진비 영수증 조작 정황

허식 전 인천시의회 의장(의원·문화복지위원회)이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허위로 조작한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총 지출금액을 맞추기 위해 판매하지 않는 품목을 찍고, 같은 날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쪼개기 결제를 했다. 외부 출장을 간 날 시청 근처 식당에서 결제한 원격사용도 있었다.

허식 인천시의원. 인천시의회.


시청 근처 한 고급식당서 3일치 점심, 저녁 업추비 쓴 허식

2022년 9월 14일과 20일, 22일. 당시 인천시의회 의장이던 허 의원은 시청 앞 한 고급식당에서 점심과 저녁 모두 업추비를 쓴다. 3일 동안 하루 두 차례씩 총 6번 지출한 업추비 총액은 200만5천 원에 달한다.

업추비 지출 명목은 모두 간담회였다. 6번 다 같은 식당이다.


9월 14일 점심에는 지역 현안사항 홍보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에 26만5천 원을 썼고, 저녁에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에 39만 원을 사용해 총 65만5천 원을 지출했다.


20일 점심은 의정활동 홍보 논의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 명목으로 29만5천 원을, 저녁은 해양발전 관련 관계자 간담회에 35만9천 원을 사용해 65만4천 원을 썼다.


또 이틀 뒤인 22일 점심은 의정업무 활동 홍보 논의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를 했다며 30만1천 원을 사용했다. 저녁은 도로개설공사 논의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 명목으로 39만5천 원을 사용해 하루에 69만6천 원을 결제했다.


이 식당의 추천코스는 5만 원이 넘고 12만 원대의 스페셜 메뉴도 판매한다. 대표메뉴는 1인 6만 원에서 9만5천 원까지 있다.


뉴스하다 제작진은 허 의원이 이 고급식당에서 하루 두 차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수증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인천시의회는 세부 내역이 없고 총액만 나온 카드전표를 공개했다.

인천시의회가 공개한 카드전표. 6장 모두 상세품목은 나오지 않고 금액만 나온다.


고급식당 영수증 원본 보니 조작 정황

뉴스하다는 영수증의 원본을 입수했다. 원본에는 영수증을 조작한 정황이 나왔다. 쪼개쓰기나 선결제로 보인다.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도 판단된다.


9월 14일 저녁 영수증은 메뉴 없이 ‘금액 맞추기용’으로 조작됐다. 허 의원은 이날 13명이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하느라 39만 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영수증 메뉴자리에 적힌 내용은 음식이름이 아닌 ‘10만 원’과 ‘1만 원’. 10만 원 3개와 1만 원 9개 등 수량을 조정해 총 금액 39만 원을 맞췄다. 결제시간은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에서 2분 경과한 오후 6시 2분이다.


금액 맞추기용 영수증은 9월 22일에도 발급됐다.


허 의원은 이날 저녁 도로개설공사 논의를 위한 관계자 간담회에 39만5천 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참석인원은 15명이다. 


저녁 8시3분 결제한 영수증 메뉴자리에는 14일과 마찬가지로 ‘10만 원’과 ‘1만 원’이 있고, ‘천 원’ 단위도 추가됐다. 10만 원 3개, 1만 원 9개, 1천 원 5개로 수량을 맞춰 39만5천 원을 완성시켰다.


허 의원은 14일과 22일 모두 점심과 저녁에 해당 식당을 찾았고 저녁에는 금액 맞추기용 결제를 했다. 해당 일에 사용한 업추비 총액은 14일이 65만5천 원, 22일이 69만6천 원으로 50만 원이 넘는다.


업추비 결제는 50만 원이 넘을 경우 참석자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 이 명단을 남기지 않고자 식사는 한 차례, 결제는 두 차례에 걸쳐 했을 가능성이 있어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간담회 참석인원도 부풀린 듯

허 의원은 간담회 참석인원도 부풀려 쓴 것으로 보인다.


9월 14일 점심 영수증에는 1인분에 4만5천 원짜리 메뉴 5개와 2만8천 원짜리 1개, 볶음밥 6개 등 세부내역이 남아있다. 


1인당 하나를 주문하는 주 메뉴는 총 6개인셈. 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간담회 참석인원은 9명이다. 


또 허 의원은 20일 점심 12명이서 업추비 29만5천 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원본 영수증에 찍힌 1인당 메뉴는 7개다. 4만5천 원짜리 음식 5개, 2만8천 원짜리 2개를 시켰고, 곁들임 메뉴인 볶음밥을 7개 주문했다.


허 의원이 지출한 1인분 4만5천 원짜리 메뉴는 행안부의 지자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을 초과한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간담회 등 접대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인 1회당 4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사유를 명시하고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1인 당 지출금액을 줄이기 위해 인원을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


20일 저녁에 사용한 업추비 영수증에는 이런 정황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허 의원은 한 사람 당 5만5천 원짜리 메뉴 6개를 주문했다. 소주 1병과 사케 2병도 곁들였다. 6명이서 35만9천 원치를 먹었다면 1인 당 6만 원 가량을 쓰게된다. 집행기준을 초과한 금액이다.


허 의장은 주문한 음식보다 2배 이상 많은 14명이 이날 참석했다고 업추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다. 35만9천 원을 14명이서 나눠먹었다고 셈하면 1인당 금액이 2만5천 원 가량으로 규정 이내가 된다.


22일 점심 또한 1인 메뉴를 7개 시킨 영수증 원본과 달리 12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기재했다. 


이날 점심의 주된 주문내역은 4만5천 원짜리 음식 5개, 2만8천 원짜리 정식 2개다. 나머지는 곁들임 메뉴로 볶음밥 7개, 미나리 2개 등을 주문했다.


무의도 출장간 허식, 인천시청 앞 식당 결제 가능?

허식 의원은 2022년 9월 14일 오후 12시41분 시청 앞 고급식당에서 점심 식사 뒤 26만5천 원을 썼다. 생선맑은탕 5개, 특생선맑은탕 1개와 볶음밥 6개를 먹었다.


오후 6시2분에는 같은 식당에서 39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날 이 식당에서 사용한 금액은 총 65만5천 원이다.


그런데 이날 허 의원의 차량일지를 살펴 보면, 오전 8시30분 자택이 있는 만석동을 출발해 의회를 들러 무의도를 방문한다.


무의도에서 나와 동인천역, 만석동, 의회 등 오후 9시43분 차량 운행을 종료한다. 거리와 시간을 따졌을 때 점심시간 무의도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녁시간인 오후 6시2분 결제내역은 매우 독특하다. 영수증을 입수해 메뉴를 확인해보니, 음식을 먹은 것이 아니라 ‘돈’을 먹었다. 


메뉴 ‘10000’을 9개, ‘100000’을 3개 총 12개를 시켜 39만 원을 결제했다. 없는 메뉴를 만들어 계산한 걸로 미뤄 선결제였을 가능성이 있다.


허식 의원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개최된 2022년 9월 22일에도 점심과 저녁을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한다.


결제금액은 오후 12시47분 30만1천 원, 오후 8시3분 39만5천 원 등 총 69만6천 원이다.  점심에는 생선맑은탕 5인분과 불고기 2인분, 볶음밥과 야채를 추가했다.


저녁 메뉴에는 또 ‘돈’이 등장한다. ‘100000’ 3개, ‘10000’ 9개, ‘1000’ 5개 등 17개의 ‘돈’맛을 봤다.

이날 허 의원 차량일지상 동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8분까지로, 대전시~의회~만석동~의회로 돼 있다. 


허식 의원은 뉴스하다와 통화에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취지 등을 설명하고 답변을 부탁했으나 하지 않았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기자 zero@newstapa.org


<기사보기>

허식 전 인천시의회 의장 ‘돈맛’ 영수증 조작 의혹

https://newshada.org/2216/

# 뉴스하다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 없이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정기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 정기후원과 상시후원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https://www.ihappynanum.com/Nanum/B/5XHUZ07UV0


작가의 이전글 이봉락 인천시의회 의장 72만 원 회식 영수증 어디갔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