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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승철 Jul 29. 2023

영문본색 5

트루먼은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썼던 대통령?! 

이번 영문본색은 지난 글에 이어 미국 대통령의 말로 시작해 본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가장 많은 인기와 존경을 받는 이는 단연 16대 대통령 Abraham Lincoln이다.      


“Stand with anybody that stands right. Stand with him while he is right, and part with him when he goes wrong.”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는 위와 같은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과 함께 서고 그가 옳은 일을 하는 동안 함께 있되, 그가 잘못하거든 떠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 말이 어쩐지 공허하게 들리는 건 지금의 우리는 내가 서 있는 쪽, 즉 내 편이 정의고 네 편은 불의라는 인식이 아주 팽배해서일 수도 있고 나아가 그런 우리가 싫거든 지적질하지 말고 네가 떠나라는 인식 또한 만연해서일 수 있겠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홍세화 선생이 <생각의 좌표>라는 책에서 역설한 “지금 내 생각은 어쩌다 내 생각이 되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만 실천해 봐도 많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not fool all the time all the people.”      


다시 링컨 대통령으로 돌아와서 그의 가장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을 얼마간 속일 수 있고, 일부를 언제나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언제나 속일 수는 없다”는 이 말만큼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링컨 대통령 하면 누가 뭐래도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명언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개인적으로 이 말은 ‘오역’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추후 <번역본색>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런데 상당 수의 사람들을 상당 기간 동안 속였던 사람이 있었다. 링컨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았던 Barnum이라는 희극인이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인물이었다. 1830년대 일이기는 해도 이를테면 그는 눈도 보이지 않고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성 노예를 데려다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은 원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간호사였고 지금은 160살이 넘었는데 여러분에게만 공개한다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걸 ‘hoax’라고 한다. 단지 속인다는 의미보다 어이가 없거나 좋지 않은 일과 방법으로 속인다는 의미로 쓰인다. 또한 단지 속인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속여서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대상을 믿도록 부추기는 행위를 ‘dupe’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사기 친다는 의미다. 바넘이 이 단어를 써서 남긴 말이 있다. “I don’t believe in duping the public, but I believe in first attracting and then pleasing them.” “사람들한테 사기 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들여서 기쁘게 해 주었을 따름”이라는 이 양반의 궤변은 꼭 미국만의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오래 전의 일인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떨떠름할 따름이다.     


링컨 대통령 다음으로는 33대 대통령 Truman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한국전쟁’ 때문에라도 한국 근현대사에서 결코 뺄 수 없는 미국 대통령이기도 한 그는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Harry S(.) Truman이 그의 본명인데 보다시피 S 다음에 점을 괄호로 표기한 건 그의 이름이 이렇게 특이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내가 임의로 그렇게 한 것이다. 다시 말해 S 다음에 점이 찍힌 표기도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표기도 볼 수 있다. middle name을 쓰지 않는 우리에게는 이런 게 별로 특이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제법 중요한 문제다. 가령 John F. Kennedy 대통령의 경우엔 이렇게 반드시 F 다음에 점을 찍는데 이는 F. 가 Fitzgerald라는 그의 middle name을 약자로 표기한 것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트루먼 대통령의 경우엔 S가 그의 middle name의 약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middle name이 없는 건 또 아니고 그냥 S 자체가 그의 middle name인 것.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S 다음에 점을 찍을 필요도 없고 찍어서도 안 되지만, 그는 항상 점을 찍어 표기했었고 이 때문에 그는 당시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 대학 학위도 없어서 “자기 이름 하나도 제대로 못 쓴다”는 온갖 무시와 멸시를 받았었다. 그 밖에도 결코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일화들이 그에게는 많은데 앞으로의 <영문본색>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언급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은 여기까지.     


그래도 ‘명색’이 ‘영문본색’인데 그의 어록 하나 없이 이렇게 넘어가는 건 또 아니니까 아주 대표적인, ‘명문’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그의 영문 두 문장만 소개한다.     


“Not all readers become leaders. But all leaders must be readers.” 

“It is a recession when your neighbor loses his job. It is a depression when you lose your own.”     


트루먼처럼 대학을 다니지 않았거나 아예 학교 문턱을 넘지도 않았음에도 상당히 박식하고 교양 넘치며 지혜로운 사람들이 있는데 학교라는 제도권 학습만 없었을 뿐,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Buscaglia는 그의 유명한 저서, <Living, Loving&Learning>에서 이런 말을 했다. “Some of the most stupid people I know have Ph.D.s! Some of the wisest people I know don’t even know what a Ph.D. is!” 그의 말마따나 박사학위가 있어도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은 당장에 뉴스만 틀어도 그 숱한 정치인들 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박사가 뭔지도 모르지만 현명한 현자들 역시 우리가 관심이 없을 뿐 우리 주변 도처에 있다. 굳이 이렇게 설명치 않아도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당연한 말일 수도 있는데,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이름난 예술가인 Hubbard의 말이 떠오른다. “Never explain! Your friends don’t need it and your enemies won’t believe you anyway.”      


하지만 friendemy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네 인생사는 친구 아니면 적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단순하지 않은 만큼 친구에게도 설명은 필요하고, 적이라서 나를 믿지 않는다면 그의 친구를 통해서라도 또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일이 꼭 필요하다 믿는다. 그렇게 해도 내가 받을 비난과 비판이 두렵다면 Hubbard가 남긴 다음의 말을 비록 이 역시 진부하게 느껴질지라도 다시금 되새겨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영문본색 마친다.     


“To avoid criticism do nothing, say nothing, and be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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