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와 카이사르, 마크 트웨인까지
지난 영문본색에서 트루먼 대통령을 다루었는데 이번 영문본색 시작은 트루먼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도 있으면서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뺄 수 없는 미국인으로 문을 연다. 바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는 어록으로 유명한 그는 그 외에도 인상적인 명구들을 많이 남겼다. “We are not retreating. We are advancing in another direction. - 우리는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진격 중이다”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말을 좋아한다. “Nobody grows old by merely living a number of years. People grow old only by deserting their idea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 리암 니슨이 꼭 넣어달라고 했다는 이 말은 사실 Samuel Ullman이라는 미국 시인의 <Youth>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인데 맥아더가 워낙 좋아해서 자주 쓰고 다녔다고 한다.
알다시피 맥아더 장군의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개개인의 역사관, 정치관에 따라 세부적으로도 다를 수 있는데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는 투철한 군인정신의 소유자였으며 당대의 어떤 군인에 비해서도 독보적인 말솜씨를 뽐냈다는 점이다. 그의 마지막 공식 석상 연설로 기록된 1962년 5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한 다음의 말만 보아도 그의 격식 높고 유려한 말을 들어볼 수 있다.
“Duty, Honor, Country – those three hallowed words reverently dictate what you ought to be, what you can be, what you will be. They are your rallying point to build courage when courage seems to fail, to regain faith when there seems to be little cause for faith, to create hope when hope becomes forlorn.”
“임무, 명예, 조국 – 이 세 가지 신성한 말은 여러분이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를 경건하게 규정한다. 이 말은 용기가 시들어질 때는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신념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 신념을 되찾아주며, 희망이 절망이 될 때 희망을 솟아오르게 고무시켜 주는 깨달음이다.”
명예를 언급한 김에 그 누구보다 명예를 중시 여겼던 역사적 인물이 있으니 바로 Julius Caesar다. 이전의 번역본색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외래어 표기를 영어식으로 쓰는 것에 익숙해서 ‘시저’라고도 많이 쓰지만 원음에 가까운 그의 이름은 ‘카이사르’다. 워낙에 유명인사라 별도의 부연이 필요치도 않겠지만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음의 사례만 봐도 드러난다. ‘황제’라는 단어를 러시아는 Czar라 쓰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Kaiser라고 쓰는데 표기에서 보다시피 모두 이 Caesar에서 연유했다. 사실 영어도 물론 황제는 Emperor라고 쓰면 되지만, 그의 이름 Caesar 자체가 황제라는 뜻의 보통명사로도 쓸 수 있다. 본인의 이름이 천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른 국가들에서 보통명사처첨 쓰이는 일만큼 명예로운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그가 한 말로 유명한 “I love treason but hate a traitor.”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의 어록으로 가장 유명한 말은 물론 “Veni Vidi Vici”일 것이다. 여러분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왔고’ 지금 이 글을 ‘보았으니’ 모쪼록 영어라는 언어와의 부대낌에서 ‘이기길’ 바란다.
하고 실은 끝내려 했는데 평소의 분량에 못 미치는 고로 좀 더 끄적이고 마무리 지어야겠다. 지난 영문본색 글들에서 자주 강조한, 영어다운 문장의 비결 중 하나로 ‘교차대구’를 언급했는데 오랜만에 그에 대한 예문이다.
“It is not the size of the dog in the fight; it is the size of the fight in the dog.”
아마 추후 영문본색에서도 또 다룰 기회가 많을 명문들을 많이 남긴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트웨인 같은 작가는 물론 비슷한 식의 교차 대구를 여러 분야의 다른 유명인들도 많이 했는데 내 또래 세대에서는 유명했던 미국 프로농구 NBA 선수 중에 앨런 아이버슨도 그중 한 명이었다.
“Baketball is played not with your height but with your heart!”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거다!”
height와 heart가 이렇게 우리말로도 쿵짝이 딱 맞는 번역이 있어 느껴지는 맛이 더해지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영문들이 더 많다.
“The difference between the right word and the almost right word is the difference between lightening and a lightening bug.”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은 lightening과 lightening bug가 각각 번개와 반딧불로밖에는 번역이 되지 않아 우리말 번역으로만 보면 그 느낌이 제대로 와닿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다. 번역이 지니는 본질적인 한계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번역의 노력에까지 한계를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련된 보다 상세한 이야기는 번역본색에서 하기로 하고 마크 트웨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명문 하나를 끝으로 오늘 영문본색 마친다.
“A banker is a fellow who lends you his umbrella when the sun is shining, but wants it back the minute it begins to rain.”
덧. 혹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은행원이시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 언짢으셨다면 본의 아니게 사과드리며 어디까지나 글을 위해 인용한 트웨인의 말일뿐 다른 어떤 의도는 응당 없음을 밝힙니다. 그럼에도 추후 영문본색을 비롯한 다른 글들에서는 마땅히 더 조심하고 신중을 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