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on Aug 15. 2023

스몰웨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결혼식 문화 

결혼식 때 춤을 너무 열심히 춰 몸살에 걸린 적이 있다. 결혼식에 춤을 춘다고? 미국에서의 결혼식에는 댄스타임이 있다. 해 질 녘 노을에,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돋는다. 이번에는 경험한 결혼식 문화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스몰웨딩을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청첩장 

미국의 결혼식은 청첩장을 전달하는 것부터 한국과 다르다. 모든 친척, 부모님 지인, 회사 동료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한국의 결혼식에 비해 미국의 결혼식은 소수로 진행된다. 가장 친한 친구들, 가족, 혹은 교회 식구들 정도. 미국에서 청첩장을 받았다는 뜻은,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결혼식에 꼭 참석해 주세요라는 부탁이 담겨있다.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결혼식 날짜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최대한 빠르게 답변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이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준비할 때 테이블, 음식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와야 하는 친구들은 미리미리 스케줄을 조정해 아예 한 주의 일정을 결혼식을 위해 빼버리기도 한다. 


축의금

미국에선 결혼식에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원치 않아 한다. 대신 Registry라고 신랑신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혼살림에 필요한 물건들을 위시리스트로 등록해 놓으면 하객들이 구매해서 직접 편지와 함께 선물하는 문화다.


들러리 

미국의 영화나 미국 결혼식의 사진들을 보면 신랑 신부옆에 정장이나 드레스를 세트로 맞춰 입고 옆에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신랑과 신부가 직접 선정한 들러리들로 남자들러리들은 Groomsmen, 여자들러리들은 Bridesmaid라고 한다. 그중 정말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를 남자는 Best Man, 여자는 Maid of Honor라고 하며 저녁식사 후 Best Man과 Maid of Honor은 신랑 신부를 위한 스피치를 한다. 결혼식 주간에 신랑신부는 긴장도 하고 걱정도 있지만, 친구들은 그런 거 없이 축제처럼 즐긴다. 단체로 정장을 맞추고, 네일을 받고, 머리를 다듬고,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를 하며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한다. 



결혼식 당일 

결혼식은 야외에서 하며 보통 오후에서 저녁사이에 한다. 1부는 본식, 2부는 Reception이라는 저녁 먹고 춤추고 파티하는 구성이다. 재밌는 문화는, 신랑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까지 신부의 드레스를 보지 못한다. 한국에서 신랑신부가 함께 드레스와 턱시도를 고르는 것과는 대비된다. 본식이 시작되기 전에 포토타임을 갖는데 이때는 신랑과 신랑 측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신부는 신부대기실에서 본식입장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본식이 시작되면 신랑 신부의 부모님, 들러리들, 신랑, 그리고 신부의 아버지와 신부의 차례로 입장한다. 마지막에 신부가 입장할 때는 하객들이 전부 일어나 신부가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한국은 이때 추임새도 넣고 박수도 치지만 미국은 온전히 신부에게 집중하며 고요하다. 


본식 내용은 결혼식마다 다르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내가 경험한 결혼식들은 종교적인 색채를 띈 곳도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잔잔하게 진행됐다. 서약을 하고, 반지를 끼고, 촛불을 붙이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그 순간에 모두 집중했다. 본식이 끝나면 "칵테일 아워"가 시작된다. 이때가 모두 사진을 찍는 타이밍이다. 하객들은 칵테일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적으로 칵테일 아워 시간이 가장 좋았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칵테일 아워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인 2부로 들어간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신랑신부가 하고 싶은 얘기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다음으론 2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스피치시간이다. 영어로는 웨딩 토스트 (Wedding Toast)라고 한다. 신부의 아버지, 신랑의 아버지, Maid of Honor, Best Man 순으로 스피치를 한다. 신랑신부와 있었던 에피소드들, 자기만 알고 있는 신랑의 잠버릇 등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로 시작해 진심을 다해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한다. 모든 스피치가 끝나면 그때부터 댄스파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신랑과 신부 단둘이 춤을 추고, 다음엔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 그리고 신랑과 신랑의 어머니의 순서로 춤을 춘다. 그 뒤엔 모든 하객들이 함께 춤을 추는 축제가 시작된다. 보통을 한두 시간 혹은 더 길게 춤을 추면 거의 자정에 되어서야 결혼식이 끝난다. 신랑과 신부는 차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떠나며 결혼식이 마무리가 된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만 위에 적은 결혼식은 전형적인 미국 결혼식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스몰웨딩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예식장에서 하는 결혼식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 About Time에 나오는 결혼식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신랑, 신부, 하객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나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위에 결혼식에서는 비가 오진 않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두가 행복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결혼식문화가 참 부러웠다. 스몰 웨딩 문화가 한국에도 더 많이 보편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8개월 동안 휴대폰 없이 살아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