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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 May 07. 2017

호기심 많은 이현정의 Names of Beauty


현정 씨,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약간은 막연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스스로 어떤 것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지 먼저 생각해봤어요. 지금까지 고민해 내린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름다움이란 관심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어요.


관심이란 좋아하는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고, 정확히는 무엇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궁금증을 느끼는 태도잖아요. 전 제가 좋아하는 것들, 관심을 가지는 것들과 함께일 때 행복하거든요. 바로 그 순간을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제 관심을 끄는 것들이야말로 제게는 아름다운 대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아까 길을 오면서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봤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고 눈을 맞추려 자세를 낮추고 계셨는데, 그게 참 아름다워 보였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쏟는 관심이 느껴졌거든요. 그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느꼈다면 그건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관심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내용의 시인데,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역시 자세히 오래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관심이 필요할 테고요.


그럼 현정 씨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좀 웃긴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요새 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웃음)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최근에는 그럴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가 뒷전으로 밀리게 되더라고요.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이 생활 속에서 균형 있게 나눠져야 하는 데 언제나 일이 최우선이 된 거죠.


일 년 전만 해도 주말에도 종종 출근해야 했고 연휴에도 하루도 쉬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여유도 점점 없어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봐도 마음으로 확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냥 지나치게 되고요. 심지어는 저에 대해서도 별생각 없이 그냥 그 생활에만 익숙해져 버리는 거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푹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일하러 가고. 하루 일 잘 끝내고 다시 자고. 또 일어나서 일하러 가고요.


그렇게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잃는 거예요.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내 생각은 어떤지,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를 점점 잊어버리고 그냥 하루하루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살면 그만인 거죠. 물론 그런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점점 공허함이 더해지더라고요.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떤 생존 본능 같은 게 발동을 한 거예요. 올해 초 정도였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거죠. 나에게 더 집중해보자,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무엇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랄까요.


아직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제가 어떤 사람인지 딱 잘라 단언할 수는 없어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믿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보고 전혀 다른 생활들을 접해 보는 과정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요새는 참 쉽지 않잖아요. 일단 생활을 해야 하죠. 그러자면 취업을 하는 게 우선이고, 취업을 한 다음에는 빨리 퇴근을 하는 게 관건이고. (웃음)


일단 일시정지가 좀 필요한 거 같아요. 하루에 단 십분 정도라도 온전히 스스로를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너 괜찮아? 하는 식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무엇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거고 그럼 그렇게도 한번 해보는 거죠.


도전이나 변화가 마냥 어렵게 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은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부터 시작이니까요. 별 거 아니어도 좋으니 좀 다르게 해봐도 돼, 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열어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현정 씨도 앞으로 더 많은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실 것 같아 응원하고픈 마음이 드네요. 혹시 다른 관심사도 있으세요?


공간에도 관심이 많아요. 말 그대로 도시나 지역에 대한 관심인데요.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곳이 계동이잖아요. 몇 년 전부터 이 동네를 좋아하게 되어서 페이지도 하나 운영하고 있거든요. <계동사람들>이라는 페이진데요. 계동의 면면들, 그냥 모르고 지나치는 많은 작은 것들을 기록해놓는 곳이에요.


사실 계동도 처음에는 그냥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가진 거리 정도로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더라고요. 이 동네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히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들도 궁금해졌어요.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을 이 곳을 찾는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동사람들>을 만들었고 페이지를 운영하면서는 정말 행복했어요. 작년부터인가? 직장 다니는 동안 페이지 운영을 거의 못 했었는데, 다시 시간을 내서 뭔가 해볼 계획이예요. 앞으로도 도시나 지역 사회 교류나 재생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기도 해요. 지역의 장점을 개발하고 그 안에 거주하는 분들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일들이요.


현정 씨와 말씀을 나누는 게 처음인데 호기심이 많으시고 그냥 흘려 보낼 수 있는 것도 유심히 잡아두고 들여다보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 그 호기심이 무엇에 관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것 같아요. 일단 호기심이 생기면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잖아요. 그것이 관심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대충 훑어 봤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도 있으니까요.


한 이주 전쯤에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삼박 사일 정도로.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겼어요. 아무래도 늘 같이 있으니까 마냥 익숙하고 편하기만 했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거든요.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요새는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지를 여쭤보고 알아가면서 새삼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도 굉장히 넓어졌고, 엄마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엄마는 강인하고 든든한 ‘엄마’였는데, 서로 관심을 가지고 가깝게 지낼수록 소녀 같은 분이시더라고요. 말랑말랑한 감성을 가진 친구, 내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기억해주고 있는 친구 같아요.


사실 나라는 사람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이 계동이라는 동네도 그렇고요. 실은 아주 대단하고 특이해서 평소에 범접할 수 없는 무엇들이 아니잖아요. 나는 나로서, 엄마는 엄마로서 늘 옆에 있는 사람들이고 계동도 사실 오려면 얼마든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작은 동네인 거니까요.


그러니까 결국 아름다움은 그냥 있는 무엇이 아닐까 싶어요. 다만 우리가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그리고 그걸 발견하기 위해선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지금의 제 생각이에요. 연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 지금 뭘 할까, 뭘 좋아할까 궁금하고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요. 그렇게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아나가는 게 실은 연애의 가장 좋은 점이기도 할 거예요.


네, 정말 무엇이든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고 대화를 마칠까요. 만약 지금 당장 현정 씨 삶의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한다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한다면, 글쎄. 끌리는 대로 살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무엇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끄는 뭔가에 반응한다는 의미잖아요. 일단 거기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도 좋은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요.


본 매거진에 실린 모든 인터뷰는 namesofbeauty.com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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