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대화를 하시나요?
가족과의 대화의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고통을 동반한 취조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와 얼마나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대화의 방향은 부모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자기의 고민과 취향의 존중을 느껴야 한다.
000 - 16시 24분에 등원하였습니다.
메시지가 울렸다. 학원 등원시간은 16시인데 또 지각이네. 오늘 또 집에 가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달받았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아이에게 학원에 늦은 이유를 화내지 말고 물어봐야지. 결심을 해도 대화의 마지막엔 아이에게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열하는 엄마와 주눅 든 아이가 있다.
그렇게,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다니는 모든 학원을 끊었다. 하루에 얼굴을 볼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잔소리와 감시를 위한 질문과 명령만을 하고 있었다.
"뭐 하다가 늦었어? 숙제했어? 숙제 뭐 있어? 지금까지 뭐 했어? 빨리 숙제해!!!"
아이의 하루일과에 대한 관심이 오로지 아이의 의무만을 향해 있었다. 적지 않은 고정 지출비, 그에 비해 충실하지 않은 아이들, 함께 있는 시간의 부정적 시선 이 모든 것이 학원을 끊을 적절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다행히 학원을 끊었을 때 불안함은 나보다는 아이들에게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은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 한다는 마음의 안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앞만 보고 뛰어가고 있을 때, 그냥 일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뒷걸음쳐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 불안이 없을 수 없다. 우리 부부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성공사례와 심리, 뇌과학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내가 선택한 교육법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했다.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던가! 다행히도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좋은 대학을 다닌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을 가진 부모가 있었다. 간섭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의 선택을 믿어주는 부모, 아이의 긍정성을 위한 밝은 기운의 가정을 유지하는 부모, 함께 독서하고, 공부하는 부모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대화가 많은 가정이었다.
학원을 가야 할 시간에 유튜브와 게임에만 빠져있는 아이들이 속상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니 오롯이 아이들만 잘못한 것은 아니다. 대신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것이 더 좋을지 질문을 던지고,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함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사춘기의 반항심이 올라올 때는 반강제로 감사일기를 작성하는 기간도 있었다. 하교 후 유튜브에 빠져있다가 엄마를 마주할 때와 조금이라도 자기의 할 일을 해 놓고 난 후의 엄마를 마주할 때의 눈빛변화도 꾸준히 이야기해 주었다.
긍정마인드였을 때 학업성취율이 15% 이상 차이 난다는 실험결과를 토대로, 항상 아이를 웃기려고 노력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일상을 존중해 주고, 많이 들어주고 있다. 내가 공부하며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흘리듯이 이야기해 준다. 수면, 뇌과학, 동기부여, 건강함의 장점 등을 아이들의 행동과 연관 지어 장난처럼 흘리듯이 얘기한다.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 산책을 하고, 구체적으로 오버액션하며 칭찬해 주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려 한다. 미래는 지금 내가 갖은 걸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는 응원을 빼놓지 않는다.
이젠 우리 가정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종알종알거리고, 수행평가에 낼 과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가족이 우선인 여가시간을 보낸다. 풀지 못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함께 리마인드 하며 서로의 생각을 확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삶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원에 빼앗긴 시간을 우리는 가족에게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강요가 아닌 자율성이 부여된 자기가 선택한 인생에만 애정을 느끼고, 그 노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시간과 돈에 영혼을 뺏기지 않고, 작은 취미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아이라면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고 가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뻔한 가정교육의 중요성이지만, 그 의미를 되새기고 부모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가정에서 건강한 관계와 정신을 배우는 것이 이후 아이의 삶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모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보면,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이 진짜 필요한 것인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이 남들이 아는 대학교 학생증인가?
아니면 밝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는 것인가?
아이에게 강요하는 삶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