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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포레스트 Nov 16. 2023

어쩌면 처음에는 집이 어색할지도 몰라

서먹한 우리 사이

자취를 처음 했을 때 나름 호기롭게 잘 지낼 줄 알았다.

처음 집을 계약하고 수 없이도 왔다 갔다 했을 땐 몰랐다. 이렇게나 어색할 줄.

서로 수줍음을 타고 있는 우리의 사이를 좁힐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사 당일, 나는 짐이 별로 없어서 혼자 포장을 하고 정리를 했다. 물론 엄마아빠가 옮겨주긴 했지만 포장이사 없이 자취방으로 이사를 왔다.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미니멀리스트였던) 짐이 별로 없이 본가에서 지냈다. 깔끔하고 어딘가 빈틈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기에 항상 깔끔하게 살아왔다.


짐을 옮기고 나니 생각보다 자취방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짐을 대충 정리를 하고 나니 생각보다 빈 공간이 컸다. 이런.. 생각보다 내 방이 크잖아..? 

가족들이 짐을 옮겨주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던 저녁은 너무나 허무했다.

그렇게나 꿈꿔왔던 나만의 공간에서의 생활이었는데 막상 옮기고 방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리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 나는 내 집에서 자지 않고 본가로 도망갔다. 그렇게 허무한 자취방과의 첫날이 지나갔다.


그다음 날, 다시 마음을 고쳐 잡고 방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일단 허전한 벽에 뭐라도 꾸며보자 해서 엽서와 포스터를 사서 붙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휑한 방에서 아늑한 방이 되어가고 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서먹한 우리 사이. 나는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여기저기 쓸고 닦고 정리하고 내 손길이 전해지기를 노력했다. 나의 공간에 나의 냄새가 가득할 때까지.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째. 내 방에는 어느새 냉기가 사라지고 온기만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집에 들어와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자취를 한 지 9개월째, 내 집과 나의 사이가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가까워졌다. 서먹하지 않은 우리 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를 반겨주는 나만의 공간. 가장 나와 친한 사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대화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나의 취미생활을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공간.

혼자 있는 걸 외로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


이런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갖고 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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