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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포레스트 Jan 13. 2024

느리지만 천천히 꾸준하게


"삐비빅" 

아침 6시 30분, 알람이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울리고 나는 잠에서 깬다.

일어나서 이불정리를 하고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명상은 마음을 가다듬는데 좋은 행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짧은 명상을 마치면,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한잔 따른 컵을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이제는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책과 함께.


사실 어렸을 때, 나는 난독증이 있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책을 펴는 순간 책 안의 글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내가 단순히 어려운 책을 골라서 그런 거겠지'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글씨가 읽히지 않았다.

큰 글씨로 되어있는 저학년 책마저도 나를 혼란스럽게 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자발적으로 책을 멀리했다. 12살, 17살, 20살.. 

대학생 때 가끔 발표를 하는 10분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 10시간 같을 정도였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서른 살.

계획 없이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의 회의감이 찾아오면서 자기 계발, 동기부여 책 등을 찾아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10분 읽기도 힘들었다. 내가 읽을 때마다 글씨들이 내 눈앞에서 아른 거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내 삶을 바꿔보고자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5분, 10분, 30분, 1시간.. 점점 책을 읽는 시간이 늘기 시작했다.

물론 30분 읽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두 달 꾸준하게 하루에 한 번씩 읽다 보니 글씨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정말 꾸준히 해서 안 되는 일이란 없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책이 출간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은 언제 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법 같은 곳이다. 

책이 좋아진 순간부터 서점에 들러 책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새 책 냄새, 잔잔한 음악, 각자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모습까지. 내가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다.


새 책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가서 3일 만에 완독을 했다. 

이럴 수가.. 내가 책을 3일 만에, 그것도 완독을 했다니.


본가에 있었다면 주말에도 늦은 시간에 일어나 무언가에 홀린 듯 티비 앞으로 과자 하나 가지고 소파에 앉아 무의미한 주말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주일이 계속되고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자서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아침 운동을 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있다.

우리에겐 불가능은 없다. 느리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늦다고 그만두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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