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 자격증이란 무엇인가

취미 비행의 시작점

by isol


경비행기에 처음 발을 들인 건, 내가 다시 비행을 시작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었다. 전역 후 서울의 작은 방 고시원 한 칸을 구해놓고 내가 나로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결론을 낸 것은 결국 비행이었다. 비행.

열일곱 살,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나는 늘 한 길만 걸었다. 운항학과 원서를 여섯 군데에 넣었고, 장학금이 끊기면 등록금이 막히는 현실 앞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나에게 ‘열심히’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대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벤츠나 BMW를 타고 나타나는 동기생 친구들을 보며,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중 한 친구는 신입생 단톡방에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 사진을 올리며 자신을 “조종사”라고 소개했다. 당시 나는 조종사라면 민항기 조종사처럼 ‘졸업 후 비행시간을 쌓아야만’ 되는 길만 떠올렸는데, 그는 열여덟 살에 이미 자격을 얻었다고 말했다. 졸업도 하기 전에 벌써 조종사라니.

시간이 흘러 우리는 갈라졌다. 그는 민항을 향해 비행을 이어갔고, 나는 장학금을 받고 비행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공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 나는 전역 후 다시 비행할 방법을 찾고 있고, 그는 결국 민항에 입사했다. 내게 남은 숙제는 여전히 하나였다. 돈.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 전역 후 현실 앞에서 굴복할지, 아니면 다시 꿈을 쫓을지. 나는 서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SNS 알고리즘이 민항기·전투기·헬기 말고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경비행기. 화면 속 경비행기는 내가 알던 ‘직업으로서의 비행’과는 달라 보였다. “경비행기? 경비행기 조종사? ” 바람이 유난히 차갑던 고시원 밖을 나가 휴대폰을 열어 검색한 경비행기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조종사가 되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 교육을 좀 받고 싶은데요.”
“비행은 처음인가요?”
“대학교와 군에서 타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 더더욱… 일단 와서 보세요.”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많은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가서 봐야 할 것 같았다. 봐야 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와서 보라’는 말은 결국, 어떤 비행기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비행을 하는지, 그 세계를 직접 확인해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배우기 시작한 경비행기 비행은 내가 이전에 ‘직업’으로만 배웠던 비행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레저로 비행을 배웠다. 가야만 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기동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에 올라 자유롭게 날기 위해 비행기를 배웠다. 나도 그걸 가까이서 보면서 처음으로 비행의 재미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돈보다, 그 자유의 느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비행을 레저로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면 돈은 안되더라도 그걸로 됐어.”

경비행기라는 세계에는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랜시간 타인을 위해 희생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서 밝은 빛을 보았다. 자유를 보았다. 행복을 보았다.


그렇다면, 경비행기 자격증은 정확히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이 자격증을 따면 민항기 기장이 될 수 있나요?”
내 대답은 늘 같다. 아니요.

경비행기(법적으로는 경량항공기/LSA 등) 자격은 민항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자격(PPL/CPL/ATPL)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경비행기 조종 자격은 경량항공기를 안전하게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 위한 자격이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취미 비행의 출발점이 된다.

누군가에겐 오래 품어온 꿈을 현실로 옮겨보는 첫 단계이고, 누군가에겐 “내가 하늘과 잘 맞는 사람인지” 확인해보는 과정이다.

취득 과정은 단순히 ‘몇 번 타면 끝’이 아니다. 정해진 교육과정과 학과·실기, 일정 비행훈련과 단독비행 등을 거치며 안전한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세부 기준과 운영 방식은 개인의 경력이나 교육기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고민할 것은 없다. 오랜 꿈을 이뤄보고 싶은 열망, 나를 위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 그런 마음만 있다면 비행할 수 있다.


전역 후 고시원 한 칸에서 다시 시작하려던 내 마음과, 경비행기 자격의 의미는 결국 한 문장으로 이어 주었다.

“나는 아직, 날 수 있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