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 조종사는 특별한 사람일까

평범한 사람들이 날고있다

by isol

사람들은 흔히 조종사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꿈을 키운 사람,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안 될 것 같아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비행장에서 만난 조종사들은 대부분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67세 비행사.


그분은 항상 열정이 가득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달랐다.

“언젠가는 붙을 거여.”

필기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늘 같은 말을 하셨다. 아홉 번을 떨어지셨다. 그래도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말씀하셨다.

“다음엔 무조건 합격이여.”

어느새 시험을 감독하시는 분들까지 그분을 알아보게 되었다. 시험장에 들어서면

“이번엔 꼭 붙으셔야죠.”

라며 응원을 해주셨다고 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 꼭 나에게 전화가 왔다.

“이교관, 이번에 이런 문제가 나왔어. 이 문제 답 좀 알아봐줘.”

기억도 어렴풋한 상태로, 떠오르는 문제들을 하나씩 말해주셨다. 그리고 꼭 덧붙였다.

“다음에 나올 만한 것도 좀 집어봐.”


솔직히 말하면, 67세 비행사는 내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두는 교육생이었다. 다른 일정 사이에 전화를 받으면 한참을 이야기해야 했다. 어떨 때는 한 시간 넘게 통화한 날도 있었다. 그래도 그 열정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보다 몇십 년은 더 살아온 분이, 꿈 앞에서 이렇게 진지한데 어떻게 대충 넘길 수 있을까.


결국 열 번째 시험을 앞둔 주말, 나는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그분이 말해주셨던 문제들, 나올 법한 유형, 자주 틀리는 부분들을 책에서 다시 찾아 하나하나 정리해드렸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시험 당일.

전화가 왔다.

“이교관, 드디어 붙었다!”

70점이 넘는 점수였다.

그날은 이상하게 내가 더 울컥했다. 열 번의 시험, 그 시간들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어질 때마다 다시 책을 펴고, 다시 시험장으로 가던 그 뒷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분이 쓰던 문제집은 겉표지가 까맣게 닳아 있었고, 모서리는 너덜너덜했다. 그리고 그 책은 이후 교육생들에게 기부하셨다.


그 책을 본 교육생들은 말했다.

“이 시험을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해요?”

필기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진 얼굴들이었다.


사실 67세 비행사는 경비행기 자격증에 도전하기 전, 이미 드론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이었다. 첫 상담 때 대표님께서 직접 상담하셨는데, 어떤 설명도 다 듣기 전에 바로 등록부터 하려고 하셨다고 한다.


“드론이 미래잖여. 근데 그 전에 직접 날아봐야지.”

비행의 원리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서 경비행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고 한다.

“그 나이에 무슨 비행이냐.”

“이제 쉬어야 할 나이 아니여.”


하지만 나는 그분의 말이 전혀 허풍처럼 들리지 않았다. 성공한 사업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다. 지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늦은 게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꿈 앞에서 가장 집요한 사람이었고, 이미 무언가를 이뤄본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믿었다. 아니, 그분의 삶에 내 인생을 겹쳐 보며 그런 태도라면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그분을 응원하면서도, 오히려 내가 더 큰 응원을 받는 기분을 느꼈다.


경비행기 교육을 받을 때부터, 그리고 내가 교관이 되는 과정에서도 나는 그분에게 이론적으로 도움을 드렸다. 기초부터 아주 쉽게, 다시 또 다시 설명해드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비행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


물론 67세라는 나이에 비행을 시작했기에 자격증을 따기까지의 시간은 남들보다 훨씬 길어졌다. 젊은 교육생들보다 진도도 느렸다. 하지만 그분은 늘 여유가 있었다.


“자격증 따면 여기저기 다 가볼 거여. 이교관, 그땐 나 말리지 말게.”

대표랑 이 바람 저 바람 다 경험해봐야 혼자 날 때 살아남지 않겠어?”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그 말 속에는 진심이 있었다. 느리지만 다양한 바람을 경험하며 언젠가는 혼자 하늘을 날겠다는 계획이 분명했다.


길어지는 비행시간에도 그분은 지치지 않았다. 날씨가 안 좋아 돌아가야 하는 날에도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런 날씨에도 날고 싶은데 아쉽구만. 다음에 오면 되니까 오늘은 이론이나 알려주게.”

그리고 결국, 67세 비행사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는 그 과정을 인터뷰해 카페에 올렸다. 많은 교육생들이 그 글을 읽고 궁금해했다.

“정말 67세에 따셨어요?”

“필기시험을 열 번이나 보셨다고요?”

그때 나는 깨달았다.

LSA 비행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집념의 영역이라는 것.


예전에는 비행이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소티 안에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조종사가 되지 못하는 환경에만 있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분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일정한 비행 경험이 쌓이면 결국 조종사가 되기 위한 어떤 선에는 도달한다는 것. 그 선을 넘느냐, 못 넘느냐의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노력하는 집념이었다.


나는 필기시험에서 포기한 분들도 봤고, 솔로비행 직전 지쳐 그만두는 분들도 봤다. 하지만 67세 비행사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꺼낼 수 없었다.


“늦어서요.”

“머리가 안 좋아서요.”

“체력이 안 돼서요.”

그 모든 말들이 이분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나는 이분 덕분에 다시 비행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비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온갖 부정적인 말들 앞에서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자격증을 취득하신 그 집념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비행할 수 있다고.


나는 이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도록 하늘 위를 날아다닐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