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시 시작한 비행에서 발견한 열정

by isol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 늘 그렇듯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낮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미세하게 떨리면, 아직 땅 위에 서 있으면서도 벌써 하늘에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비행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 순간만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새롭고, 매번 다르게 설렌다. 아마도 나는 한 번 하늘을 내려놓았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에서 조종장교로 임관했지만, 결국 나는 비행을 포기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그 선택에 후회가 없을 줄 알았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나는 비행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경비행기의 세계로 들어와 다시 비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역 후, 나는 경비행장을 찾아 교육을 받기로 했다. 군에서 비행을 포기한 뒤 맡게 된 직책은 ‘정비’ 분야였다. 조종석이 아니라 격납고에서, 활주로 옆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는 위치였다. 조종사가 된 동기들의 비행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며, 나는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나도 다시 날고 싶다.’ 어쩌면 전역 후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교육생이 되어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후 항공 마케터로, 그리고 교관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격납고에서, 항공기 동체 아래에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SNS도 운영하며,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일했다. 항공 마케터라는 역할을 만들고, 고객 상담을 하고, 프로포즈 비행을 기획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첫 비행을 함께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은 늘 비행기 주변을 맴돌았다.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잠시 비켜갔다가 또다시 붙잡는 식으로.


군에서는 ‘국가’라는 이름 아래,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위해 일했다면,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다. 비행을 꿈꾸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어린 손님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찾아온 커플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느끼는 행복을 보며, 이상하게도 내가 더 행복해졌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늦은 나이에 경비행기 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교육생분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더 움직였다. “지금이라도 시작해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용기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 한번 비행 분야에서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그렇게 나는 다시 비행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일하며 나는 다시, 처음 비행을 꿈꾸던 그 시절처럼 현실보다 꿈을 보게 되었다. 가능성보다 한계를 먼저 따지기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체험비행을 하다 보면, 이륙 전에는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얼굴이 하늘에 뜨자마자 풀리는 순간이 있다. 말보다 먼저 “와…”라는 숨이 새어 나오고, 그 짧은 감탄 안에 평생의 기억이 들어간다는 걸 나는 안다.


이 책은 경비행기 자격증을 안내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재능이 넘치는 조종사도 아니고, 매번 완벽한 교관도 아니다. 그럼에도 하늘을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는 비행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이미 꿈꾸고 있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거나, 시작했지만 흔들리고 있거나, 혹은 누군가의 꿈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괜찮다. 하늘은 생각보다 멀지 않고, 조종사는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경비행기 조종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위해,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