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다.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서로의 핑계를 대고, 싸우고, 화해하고. 엉켜버린 사이가 된 우리였다.
“왜 이렇게 됐어 우리...”
지민은 지친 걸음으로 익숙한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은 저녁 햇빛에 물들어 따뜻한 색감으로 물들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차갑기만 했다.
서로에게 가장 진심을 나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후회가 되어 스스로를 아프게 할 것만 같았다. 모든 게 끝났다. 소희는 나 없이도 잘 살아갈 것이다.
한편, 소희는 다른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 다정하게 비치는 저녁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지민과 함께 갔던 첫 데이트 장소에서 받았던 꽃이었다. 이제 그 꽃은 시들어 버렸다. 마음속에도 더 이상 그때의 따스함을 찾아볼 수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소희도 알고 있었다.
지민과의 기억은 때로는 추억이었고 또 때로는 상처였다, 이제는 그 모든 감정을 내려놓을 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리에는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 소희는 빛을 향해 걸어 나갔다.
지민과 소희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서로를 지나쳤고 더 이상 돌아보거나 다시 찾으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말하지 못한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미련도, 그리고 후회도 서서히 사라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