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사망했다고 한다.
나에게 ‘러브레터’는 영화가 담고 있는 절절한 그리움이 ‘그림 음악’과 함께 기억되는 영화들 중 하나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그렇듯이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절절함은 희미해져 가지만 그래도 음악과 함께 아련한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들이다.
‘러브레터’의 음악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다른 무엇보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설산에서 미호가 돌아오지 않을 그를 잊으려는 듯 안부를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내요”
어느 겨울날 눈밭에서 지인들과 그 장면을 따라해 보기도 했고, 지인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물을 때면 장난삼아 미호의 저 사진을 보내기도 했더랬다.
러브레터와 도서카드와 동일한 이름과 책과 도서관과 시간과 타이밍과 어긋남과 같은 이미지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요즘 같은 겨울날 눈이라도 나리면, 아니, 눈은 아니더라도 음악이라도 나리면 생각나는 이 영화로 인해 나에게 훗카이도의 설산은 진즉에 지구를 떠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가 되었다.
2024.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