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
동유럽으로 향하는 설레는 비행기에서 내려 도착한 낯선 땅. 첫날의 맛보기 여행지였던 독일을 지나 메인 여행지의 시작이었던 체코에 여행 2일 차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체코 일정은 3일에 걸쳐 나누어져 있었는데, 여행 2-3일 차에 걸친 프라하 관광, 6일 차에 있는 체스키크롬로프 관광이 체코에서의 일정이었다.
낯설고 화려한 땅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일이다. 혹시라도 소매치기를 당할까 싶어 잔뜩 경계하는 일은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고, 항상 들고 다녀야만 하는 무겁고 덜렁거리는 가방으로 인해 생기는 이동의 제약은 육체적으로 지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한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는 경험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익숙한 도시의 공기에서 벗어나 근교의 숨을 들이켜기만 하더라도 기분이 전환되는 것처럼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건 부정적 스트레스와 함께 긍정적 스트레스도 함께 제공한다.
그러나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 떠날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글로서 조금이라도 문화의 가치를 나눈다는 것은 쉼이 없는 공간에서의 전환일 수 있겠다. 그러므로 본 스토리에서 내가 느낀 문화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프라하의 중심지인 구시가지의 틴 성당 앞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프라하의 명품거리인 파르지슈스카(Pařížská) 앞을 지나가야만 한다. 트램을 타고 조금 더 중심지 앞에서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버스가 진입할 방법이 없으므로 파르지슈스카 근방의 Czech Bridge에서 하차해 파르지슈스카를 지나 프라하의 중심지인 구시가지 광장에 진입한다. 명품거리라는 별명 그대로 Gucci, Hermès, BALENCIAGA, Rolex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화려한 상품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 세계인이 찾는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에 자리 잡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명품거리는 어쩐지 베일에 싸인 유럽에 대한 환상을 깨는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익숙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나도 거리를 걸으며 화려함에 도취되었다가 익숙함에 침전된 채 걸어 중심지로 진입했다.
파르지슈스카를 약 15분 정도 걷다 보면 프라하의 중심지인 틴 성당 앞 구시가지에 진입한다. 익숙함에 빠진 거리를 걷다 탁 트인 하늘과 알록달록한 색의 건물을 마주하면 탄성을 자아내며 나도 모르게 주변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프라하의 구시가지는 이전 시대의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거리로도 유명한데, 틴 성당 앞 얀 후스 동상을 중심으로 이전 건축물을 그대로 활용한 상점들이 줄을 지어 들어서 있다. 이곳 구시가지 광장에서 프라하의 주요 관광지인 천문시계, 카를교, 틴 성당, 화약탑까지 전부 10분 내로 갈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모임 장소로 자주 활용되는 곳이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틴 성당 교회를 좌측에 두고 직진하다 우측으로 이동하면 프라하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천문시계가 등장한다. 가장 정밀한 천문시계 중 하나로 그 정확함에 만들어진 당시 많은 다른 귀족들이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이 시계를 설립하고 싶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시계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지만 정각에 시계가 정확한 시계가 울린다는 것을 빼고는 큰 볼거리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천문시계를 즐기려면 조금 더 옛 유럽인의 눈으로 이 시계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 시계가 1410년 제작되기 시작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에 만들어진 시계라는 것을 생각하고 본다면 조금 새로운 각도로 보인다. 약 600년 전에 지금의 거대한 시계탑과 같은 이런 정교한 과학발명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탄성이 나올만한 놀라운 일이다.
사실 천문시계라는 이름이 가지는 몽환적인 느낌 때문에 시계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던가, 정각 퍼포먼스 때 신기한 무대장치처럼 주변이 바뀐다거나 하는 공상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 여행 중 이 천문시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이 시계를 만들고 싶었던 다른 귀족들이 시계 설계자인 하누쉬에게 자신들에게도 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만이 이 시계를 독점하고 싶었던 프라하가 하누쉬를 은밀하게 불러 하누쉬의 눈을 뽑아버렸고, 이에 분노한 하누쉬가 천문시계의 가장 중요한 부품을 뺀 뒤 숨을 끊어버렸다고. 그 뒤 시계는 약 4백 년 간 작동을 멈추었고 이후 수리를 하게 되며 작동이 다시 되었다고 하던데, 다른 정보들을 찾아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한다.
천문시계에서 틴 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도보로 15분 정도 걷다 보면 카를교와 프라하성의 외관이 보인다. 카를교에는 아치마다 석상이 있는데 그중 정가운데인 8번째에 요한 신부와 관련한 석상이 있다. 이 석상 아래의 빛나는 강아지와 빛나는 왕비 등을 만지며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고는 하는데 그 내용은 '배우자가 자신에게 충성하기를 바라는 소원'과 '프라하로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소원'이라고 한다. 카를교를 걷다 보면 관광객들이 모여서 석상을 계속 쓰다듬는 곳이 있어 해당 석상이 어디에 있는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를교 위에는 버스킹을 하는 연주자들과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길거리 화가들이 줄을 지어서 자리 잡고 있는데 캐리커쳐와 버스킹 연주자들의 음악 CD 모두 약 2유로면 구매를 할 수 있다. 프라하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장소인만큼 소매치기에 대한 염려도 들지만 설레는 새로운 장소에서 듣는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들은 다리를 건너는 발걸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그렇게 카를교를 걷다가 요한 신부 석상을 지날 때쯤 좌측을 보면 다리의 근교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그 계단을 내려가다 수레바퀴 근처를 지나 직진하면 존 레논 벽이 나온다.
존 레논 벽 같은 경우에는 프라하의 주요 관광지가 아니고 벽화가 가득한 벽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관광할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천문시계나 틴 성당, 카를교와 프라하 성처럼 눈에 크게 띄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으슥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존 레논 벽은 몰타 기사단의 대사관 일부로서 체코 정부에서 함부로 철거할 수 없어 예로부터 민주주의를 그리는 청년들의 꿈의 도화지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존 레논 벽에는 다양한 낙서가 있고 이 벽에는 지금까지 평화, 서구 문화, 정치 투쟁 등과 관련된 주제의 그림들로 장식이 되어왔다. 오래 전의 문구는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바람을 담은 문구는 여전히 벽의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벨벳 혁명으로 온전한 독립을 찾은 체코에서 그것이 그려왔던 꿈의 도화지를 본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벅찬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프라하의 주요한 관광지를 살펴본 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천문시계가 위치한 구시가지의 메인 건축물인 틴 성당 근처로 돌아왔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찰나 틴 성당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틴 성당의 입구 같은 경우 틴 성당 아래에 있는 아치형 입구를 지나 계속 안쪽으로 진입하면 "church FREE" 라는 팻말과 함께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볼 수가 있다. 틴 성당 안쪽 같은 경우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판이 적혀있어 스토리에 올리지는 못하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상들과 금빛으로 치장된 분위기가 웅장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성당이라는 표현에 맞는 거룩하고 화려한 분위기가 성당 내부를 감싸고 있는데 입구에서 유료로 성당 내부를 찍은 기념사진을 살 수도 있다. 유럽은 성당이 많은 편이기에 여행 중 시간이 되면 방문을 추천한다.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이명에 어울리게 프라하의 주요 건축물은 밤이 되면 조명을 비춘다. 이렇게 조명을 비추는 건 프라하성뿐만이 아니라 틴 성당 역시 포함이 되는데 운치 있는 모양의 유럽식 가로등과 함께 조명이 켜진 성당을 보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유럽은 썸머시간이 있을 정도로 여름에 해가 긴 편이라 프라하성의 야경이 조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틴 성당 같은 경우에는 프라하성보다 조명되는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면 틴 성당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을 오히려 더 추천한다.
이렇게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고 프라하의 야경까지 즐기면 프라하에서의 일정은 어느 정도 끝이 난다. 주변 기념품샵을 둘러보며 쇼핑을 하거나 굴뚝빵이라고 부르는 전통 빵을 먹어볼 수도 있겠지만 좁은 골목 사이를 빽빽하게 채운 기념품 가게들은 어쩐지 프라하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을 떨어뜨린다. 2일 차에 도착한 프라하에 대한 감상은 정말 낯선 이국 땅이라는 생각이었다. 환상 속의 프라하 대신 좁고 어두운 골목, 성벽의 역할을 대신하던 높게 올라간 건물, 그런 복잡한 길 곳곳에 스며드는 머리 아픈 향신료와 대마가게들은 주의에 대한 경계를 자꾸만 강화시키곤 했다.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일정이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다고 한다. 그 말에 대한 믿음으로 일정을 지속하던 중, 깨졌던 체코에 대한 환상을 체스키크롬로프에서 다시 피어났다.
오스트리아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3시간의 이동 끝에 다시 도착한 체코. 프라하에서의 기억으로 체코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은 감상이 가득했다. 거기에 오스트리아에서 굳이 3시간이나 이동해서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지는 사실에 체스키크롬로프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체스키크롬로프 근처의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오르막길을 오르기를 한참. 체스키크롬로프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이 수신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이어폰을 낀 귀에 계속 들려왔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체력은 그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체스키크롬로프를 이런 식으로 한 바퀴 돌 것이다, 포토존이 굉장히 많다, 안뜰이 귀족들이 사용하던 공간이고 저 붉은 문이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었던 가장 안쪽 공간이다와 같은 설명을 들으며 오르막길을 오르기를 한참. 그러다 시원한 공기와 함께 도착한 전망대에서는 동화 같은 체스키크롬로프의 전경이 펼쳐졌다.
신선한 공기, 비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 흐르는 물살을 따라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드문드문의 사람들과 동화같이 펼쳐진 붉은 지붕들. 회색 풍경으로 인해 지친 안구에 색을 입혀주듯 펼쳐진 알록달록한 풍경은 나를 순식간에 동화 속에 떨어진 앨리스로 만들었다. 마침 입고 온 옷도 붉은 지붕에 잘 어울리는 베이지색이겠다, 도시의 아스팔트에 꽉 붙잡혀있던 내 기분이 중세시대에 떨어진 것처럼 낭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체스키크롬로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입구인 전망대를 지나면 다음으로 망토다리를 지나게 된다. 망토다리는 체스키크롬로프 성의 입구이자 성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다리로 하부에 위치한 강과 성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경치가 좋은 곳 중 하나다. 실제 난간에 앉아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경치를 구경하며 한숨 돌리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다만 다리의 높이가 높고 난간에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난간에 올라가는 경우에는 조심하는 게 좋다. 실제로 망토다리 같은 경우 예전에는 성을 보호하기 위한 요새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성의 하부에서 망토다리를 바라보면 이 이야기처럼 요새와 같은 웅장하고 높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다면 마을이 전체적으로 동화 같은 분위기기에 베이지색 계열을 추천한다.
망토다리를 지나 성의 내실과 체스키크롬로프와 수년동안 함께했던 곰을 지나면 성의 상부를 대부분 관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체스키크롬로프의 종탑을 끼고 점점 하부로 이동하여 성의 하부도 관람하게 되는데 이때 성의 하부의 강가를 건너게 해주는 Lavka pod Zamkem를 건너게 된다. 이 Lavka pod Zamkem에서 조금만 시선을 위쪽으로 올리면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지나왔던 망토다리의 전경을 아래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망토다리 위에서 성을 바라봤던 것과 다르게 Lavka pod Zamkem에서 망토다리를 바라보는 것은 꽤나 다른 감상을 주는데 제일 처음 드는 감상을 높다라는 감상이다. 난간에 겁도 없이 걸터앉았던 것과는 다르게 잘못하면 떨어져서 정말 죽을 수 있다는 감상을 줄 정도로 다리의 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망토다리를 보다 보면 왜 망토다리가 체스키크롬로프의 요새 역할을 했는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사실 망토다리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건너게 되는 다리는 Lavka pod Zamkem가 아닌 이발사의 다리다. 이 이발사의 다리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는데 그 전설을 기리기 위해 세워져 이발사의 다리라고 불린다. 17세기 합스부르크의 왕자인 루돌프 2세가 자신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체스키크롬로프에 요양을 왔는데 그때 이발사의 딸과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후 둘은 결혼을 하였으나 루돌프 2세의 정신질환이 진행되어 루돌프 2세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내이자 이발사의 딸을 죽이고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이후 아침이 되었을 때 자신의 아내가 죽어있던 것을 발견한 왕자는 분노하여 마을 사람들을 전부 소집하였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을 차례로 죽이기 시작했다. 이에 죄책감을 가진 딸의 아버지인 이발사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거짓 자수를 해 사건을 끝냈으며, 이 이발사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한 사람들이 다리를 만들어 이발사의 다리라고 이름을 붙였고 한다. 다만 이런 슬픈 전설에 비해 다리 자체는 어수선한 기운이 많아 사진을 찍거나 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이렇게 망토다리를 기준으로 상부와 하부로 나뉘는 체스키크롬로프의 하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광장은 스보로노스티 광장인데, 하나의 동네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다양한 시설물과 기념품 가게나 디저트 가게들이 광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쪽에서 성의 다른 전경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길이나 다양한 가게들을 즐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관광에서 자유시간을 줄 때 활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 중앙에는 흑사병 퇴치 기념탑이라고 불리는 마리아 상이 있는 탑이 있으며 그 뒤쪽에는 성 비타 성당이 있기도 하다. 성 비타 성당 같은 경우에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니 한 번쯤 들리는 것도 추천한다.
중세시대를 생각나게 하는 붉은 지붕이 줄을 지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체코의 옛날 성 체스키크롬로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괜히 혼자 중세시대로 뛰어들어 뮤지컬 노래 하나를 불러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만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옛날의 모습을 성 그 자체로 보존하고 있어 성에 있는 동안 괜히 들뜨고 설레는 감정에 휩싸이고는 한다. 중세시대의 성 하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만큼 성 내부가 굉장히 넓고 동네나 마을의 크기를 생각하게 할 만큼 많이 걸어 다녀야 한다.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 시간만 해도 3시간 정도 소요가 되니, 체스키크롬로프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근처에서 아예 숙박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성의 구석구석까지 즐기기보다는 풍경만을 감상하고 싶은 거라면 전망대와 망토다리 정도만 방문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엣 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혼자만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 같은 체스키크롬로프. 프라하에서의 밤은 힘들었지만 체스키크롬로프에서의 낮은 설렘에 휩싸여 즐거움으로 가득 보냈었던 것 같다. 중세시대 때의 성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성 안에 얼마나 다양한 건축물이 들어갈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집들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역사 공부를 위해서라도 체스키크롬로프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이 가볍지 않고 마을 하나를 끼고 있는 생활 공동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아름다워 풍경을 조망하거나 중세시대로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위한 방문 역시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