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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즘 Jan 15. 2024

주제는 순간과도 같은 것

  글을 쓰다 보면 많은 주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글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주제에 들어갈 내용과 근거도 막 생각난다. 그 순간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언제 쓰고 싶었냐는 듯 쓰기 싫어진다. 어쩌면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아도 몇 줄 채 쓰지 못한 채 다시 손을 거두기도 한다.


역량보다 높은 이상

  누구나 멋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래서 거창한 주제를 구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그 주체를 쓸 역량이 없다면 개요를 짜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고, 근거자료를 찾지 못하거나 논리가 엉망이 되기도 한다. 기대보다 완성도가 한참 못 미친 글을 본 필자는 부끄러워하며 창을 닫을 것이다.


  역량 때문에 그만두길 반복하는 필자라면 생각나는 주제를 메모해 두되, 집필기간을 길게 두고 차근차근 자료 조사부터 시작하자. 자료를 찾다 보면 이슈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자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논리를 벼릴 수 있다. 그러나 자료 조사 이후에도 막막하다면, 아니 자료조사도 진전이 안 된다면 그 주제는 애초에 쓸 능력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깔끔히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충동성에서 오는 창조적 에너지

  ADHD나 양극성 장애와 같이 정신장애를 겪는다면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충동성은 깊은 생각 없는 행동을 일으켜 좋지 않은 영향과 후회, 그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를 불러온다.


  그렇지만 그건 신경전형적(neurotypical) 사회의 편견일 뿐이다. 충동성은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싶어지고, 그것들을 할 에너지가 계속해서 공급되는 상태는 창조성을 발현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글쓰기는 다른 일과 달리 잘 안 써져도 크게 손해 날 것도 없다. 나는 충동적으로 글을 많이 썼는데, 대부분은 성과가 좋았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충동적으로 글을 쓸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점검해 보자.

1. 내가 쓰는 주제와 논리가 독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특히 특정 대상을 비판하는 글이라면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자.
2. 글이 너무 공격적이거나, 혹은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3. 의욕이 넘쳐 하나의 글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은가?
4. 잘 모르는 주제를 의욕 때문에 쓰고 있지는 않은가?


집필 안 하면 뭐 어때서

  주제는 순간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아주 많은 생각이 의식과 무의식을 지나간다. 그것을 모두 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럴 때도 있지' 하면서 넘기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 아깝다면 메모를 해두고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자.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판단해 본다면 아이디어를 솎아내는 지혜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이 글도 충동적으로 썼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주제를 생각하고, 90% 이상을 솎아낸다. 그것이 구상까지 마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 브런치에 괜히 '작가의 서랍'이 있겠는가. '작가의 서랍'은 열쇠로 잠가두고 비밀에 부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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