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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Aug 23. 2024

미국(微國) 미국(米國) 미국(美國)


2024.08.24

1620년 9월 6일, 청교도들이 영국 성공회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 항해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시작이 되었고, 오늘날 미국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물론, 이들보다 13년 먼저 1607년에 도착해 건설된 '제임스타운'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역사에서 메이플라워호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메이플라워 서약’ 때문이다.

메이플라워 서약은 영국 왕에게 충성을 다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자치사회를 형성해 질서와 안전을 도모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평등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에 따를 것을 맹세했다. 이 서약은 다수의 자유 의지에 의한 정부 설립을 결정한 것으로, 미국 민주주의 정치의 기초가 되었다.

비록 제임스타운이 메이플라워호보다 13년 먼저 신대륙에 정착했지만, 미국 역사에서 메이플라워호가 중요한 이유는 이 서약이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백사람의 한걸음은 마치 나무 위에서 살던 호모사피엔스가 나무에서 내려와 사바나라고 하는 야생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 뛰어난 한 사람을 백 걸음 밖으로 보낸 대신 백사람이 모일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다가 백사람의 무리가 모여서 모두 다 같이 마치 네일 암스트롱 선장이 달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조심스러움으로 한 발짝을 떼고 나무에서 내려왔던 것에 비견할 수 있다.

 이렇게 디딘 백사람의 한걸음이 미국(微國)을 만들었고 , 오늘날 미국 주류사회 백인의 직계조상이 메이플라워를 타고 온 102명의 청교도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주민 학살과 식민지 독립전쟁, 그리고 아프리카계 노예제를 둘러싼 내전인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태평양 국가가 되고 페리제독을 앞세워 일본을 개항시키고 필리핀을 식민지화하면서 넓디넓은 태평양을 안마당으로 만들었고 1,2차 세계대전에서 부와 명예 그리고 패권까지 부여받은 초강대국 미국에 인류사상 초유의 핵폭탄까지 두드려 맞은 일본에게 있어서 미국은 더 이상 微國이 아니라 팔팔하기만 한 米國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근현대사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들로서는 애증이 교차하는 엘리스가 바라보는 이상한 나라같이 보인다. 자유와 인권 못지않게 마약과 총기 그리고 패권국가가 감당하고 수행하여야 만 하는 수많은 전쟁 속에서 죽어나가야 했던 미군의 피는 미국민에게 있어 한편으로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번영을 구가했고 다른 이면에서는 반전의 물결을 타고 고립주의의 환상을 꿈꾸게 하였다.

일제에게서 우리를 해방한 해방군으로 다가온 미국이라는 나라의 존재는 우리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한 절대적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미국이 미국(微國)이 아니고 미국(米國)도 아니며 미국(美國)이 된 것이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보기에 이백 년을 넘어가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미미하기 만한 미국(微國)이며 망국의 백성으로 풍찬노숙하며 일구월심 일제의 압제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해방정국에서 바라본 미국은 일본을 녹아웃 KO 시킨 팔팔한 힘을 가진 미국(米國)으로는 성에 차지 않고 그냥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으로 마땅히 불려야만 할 나라였다.

그러나 부부도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고 서로가 최고의 미남 미녀로 일단 정하고 결혼을 했지만 해가 가고 달이 갈수록 콩깍지는 벗겨지고 서로가 으르렁거리고 살듯이 한미간에도 갈등과 시련이 연속된 애증의 관계는 물론이고 내일이면 당장 이혼도장을 찍을 것 같은 심각한 위기도 찾아왔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자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미국은 여전히 미국(美國)으로 아름답게 남아 있다.

부부가 결혼이라는 계약의 틀에 묶여 있듯이 한국과 미국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틀 안에 있으며 무엇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이제 미국은 한국이라는 린치핀 없이는 패권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휴전선 100킬로미터 이남에 한국인구가 반 이상 몰려 살면서 안보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희한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부부는 살면서 닮는다고 한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과연 한국인일까? 외모는 분명 한반도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이지만 우리의 체제 제도 법질서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미추를 구분하는 가치관은 한반도에서 명멸해 간 고려 조선의 후예라기보다 메이플라워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청교도의 정신이 흐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격동의 시대를 지나는 동안 대한국민 안에 스몰아메리카, 대한민국이 생겨났음을 겸허히 인정할 때 미국이라는 애증의 대상이 더 이상 우리들에게 인지부조화로 다가오지 않고 미국은 미국(微國)이 아니며 미국(米國)도 아니고 미국(美國) 그대로 다가오며 우리도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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