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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Oct 31. 2024

[윤 해 록]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북쪽의 유라시아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를 보면 장엄한 해가 거친 파도 위 수평선 위로 솟구쳐 오르는 일출의 동해, 중천으로 올라온 태양이 잔잔한 다도해를 스쳐 지나가면서 햇볕으로 바다를 달구어 따뜻한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의 바다 남해, 그리고 그 장엄했던 햇살이 바다를 향해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낙조로 온통 불그레하게 물든 바다 서해, 일몰 후 북쪽 유라시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풍이 비록 해가 떨어진 한반도를 매섭게 휘몰아치지만 방패처럼 막아선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그리고 13 정맥이 북쪽의 바람을 막아서는 이곳이 우리의 삶터, 한반도이다.

태어나서 자라고 생각 없이 살아가다 보면 좋은 것은 기본이고 자꾸만 나쁜 점이 부각되고 더 좋았어야 한다는 더더더병이 도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가 지금 지접 하고 살고 있는 조국, 한반도의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는 그 어느 나라 하고도 바꿀 수 없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국토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은 할지 모르지만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해양세력 위주의 세상질서 속에서 바다를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축복이다.

내륙국을 영어로 번역하면 landlocked country라고 한다. 의미를 풀어보면, 땅에 갇힌 나라라는 내륙국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44개국에 달하며 이 중에 바다로 나가려면 최소한 두 나라 이상을 거쳐야 하는 나라, 이중 내륙국인 우즈베키스탄, 리히텐슈타인 같은 나라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둘러싸여 갇힌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트였으니 그야말로 단군 할아버지께서 부동산 사기를 당해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진단이며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한국인의 모순을 뼈 아프게 지적한다.

이처럼 동서남북 중에 동쪽 서쪽 남쪽이 바다로 열려있고 북쪽은 전쟁과 문명이 교차되는 유라시아 대륙과 치열하게 쟁패하면서 문명을 키우던 민족의 후예가 바로 우리 대한국민이다.

저놈을 사형시켜라!

1592년 임진왜란이라는  누란의 위기에서 바다를 지켜내어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삭탈관직하고 형장의 이슬로 내몰려고 했던 혼군 선조의 조정,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후 1693년 (숙종 19년) "울릉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鬱陵島非日本界)라는 내용의 서계(書契)를 일본 막부로부터 받아낸  안용복을 상을 주기는커녕 조정의 해금령과 공도정책에 위배된다 하여 귀양을 보내 죽이려 했던 숙종의 조정에서 엄청난 기회의 바다를  왕과 조정의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매몰시키려 했던 위정자의 편협한 시각으로 조선은 한반도에 갇혀 스스로 이중 내륙국으로 추락하는 슬픈 역사의 평행이론을 시연하였다.

그렇게 바다를 지켜내려 했던 이순신과 안용복을 십자가에 매단 조선의 조정은  19세기의 검은 오일 동해의 고래도 포경선을 앞세운 서구에게 뺏기고 서해의 강화도에서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치르고 남해의 거문도도 영국에게 점령당하는 동해, 서해, 남해를 차례로 뺏기더니 한반도를 청일전쟁의 전쟁터로 만들고 대한해협을 러일전쟁의 전쟁터로 만들고는 얼마 되지 않아 한반도는 뺏길 망정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혼군 고종에 의해 나라가 통채로 일본에게 팔려나가는 빅딜 경술국치를 기어이 완성했다.

망국의 아픔과 전쟁의 상흔을 처절하게 겪고 난 이후 셀 수도 없는 수많은 히든 히어로들과 건국과 경제개발의 영웅들에 의해 오대양 육대주로 진출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번영의 토대이다.

바다를 가진 자 세상을 가진다. 이제 그 바다는 오대양 육대주를 건너는 보이는 바다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바다, 인공지능의 바다, 가상세계의 바다로 확장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순신과 안용복을 길이길이 국토수호 기공불멸 (國土守護 其功不滅)로 기려야 할 진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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