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해 록]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울릉천국, 저승에 가기도 전에 천국에 간 남자, 스스로 이승에서 천국을 만든 남자,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원조 중얼거림의 싱어송 라이터 이장희의 그건 너가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의 대중가요사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음주가무 민족답게 언제나 늘 우리의 인생, 미시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추억여행을 하는데 결정적 단초로 작용한다.
아마 노래의 장르만큼 시대와 세대를 가르는 잣대도 흔치 않다.
트롯에서 포크, 락, 발라드, 댄스뮤직들이 시대를 열어간 스타와 보헤미안, 가객과 아이돌을 쏟아 내었던 한국 현대사에서 명멸했던 가수들은 어쩌면 그 시대 저항정신의 아이콘이었으며 구석기 동굴벽화 옆에 새겨진 시대를 초월하는 불만러를 가리키는 말, 요사이 젊은이는 버릇이 없어의 그 젊은이에게 힘이 되고 빽이 되어 기성세대를 마음껏 깔 수 있는 해방구가 바로 대중가요의 힘이다.
한국전쟁 종전 후 1953년 발표된 손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봄날은 간다>를 필두로 1968년 가요계에 등장한 포크음악은 통기타를 들고 나타난 트윈폴리오의 감미로운 화성과 외국 번안가요의 세련됨이 합쳐져 유신정국의 대마초 탄압에도 젊은 청춘들의 감성을 막지는 못했고 그 저항은 신중현사단의 락 음악으로 이어졌고 락을 트롯화 시켜 대성공을 거둔 가왕 조용필을 낳았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가요는 시에서 산문으로 , 멜로디에서 리듬으로 ,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대변혁이 일어났고 1992년 서태지의 출현으로 '난 알아요'라는 구석기시대부터 늘 버릇없던 10대의 젊은이들에게 대중가요라는 동굴은 온전히 점령당하고 기성세대는 동굴밖으로 나가 매머드를 사냥해서 부자가 되는 차디찬 현실로 내몰렸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렇게 달려온 한국 대중가요가 수많은 모방과 표절의 파도를 넘고 실험과 연단을 거치면서 지금의 BTS로 대표되는 한류의 세계화에 성공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흥과 한의 민족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아랍속담에 두 손의 빵이 있다면 한 손의 빵은 꽃을 사라는 말이 있다.
꽃은 열매가 아니므로 먹어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육적 존재인 동시에 영적 존재이기도 한 우리에게 배를 채우는 한 조각의 빵도 중요하지만 영이라는 정신의 양식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꽃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힘 중 하나인 대중가요의 힘은 우리가 한 생에서 천국을 만들 수 있는 진정한 이유, 그건 너 바로 너 바로 너 너 때문이라고 외칠 수 있는 노래가 내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