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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Nov 02. 2024

[ 윤 해 록] 유격장의 PT 올빼미


군대 생활을 추억하는 예비역들에게 군 생활이 잘 풀렸느냐 아니면 꼬였느냐의 잣대 중 한가지는 유격훈련을 몇 번이나 받았는가?이다.

유격훈련을 받아보지 않았거나, 보직에 따른 권력에 힘입어  열외병력이 되어 첫날 이름을 올리고 빠져나가는 군인을 제외한 모든 장병은 첫날부터 어디 다 떨어진 유격복을 입고 스산한 연병장에 집합하여 신병훈련소 때 사회에서 부르던 이름을 국가에 헌납하고 군인이 되기 위해 ○○번 훈련병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각자 자대의 관등성명 계급장을 모조리 떼고 지금부터는 ○○번 올빼미가 되어 몸부터 푸는 피 터지는 PT체조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올빼미가 먹이를 잡아채기 위해 날개 죽지를 벼르고 가다듬듯이 유격장의 올빼미들은 포탄이 빗발치는 야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지를 가다듬고 혼미해진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문에 가까운 PT체조를 통해 마지막 동작구호를 절대 외치지 않는 올빼미가 될 때까지 무한반복의 PT체조를 피 터지게 해야 하는 시험에 든 것이다.

피가 터졌는지 살이 터져 근육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악으로 깡으로 PT체조가 끝나면 쥐라기 공원과도 같은 풍광의 강원도 어느 후미진 산악지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유격장애물이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으로 PT체조로 정신이 반쯤 나간 올빼미들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계곡으로 내몬다.

선착순으로 내몰리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 같은 로프에 의지하여 계곡도 건너다가, 순간을 삐끗하면 외줄에 거꾸로 뒤집어져 매달린 올빼미가 전기구이 속의 치킨신세가 되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격훈련을 두 번 받았다. 한 번은 자대에 배치받은  첫 해 여름에, 또 한 번은 말년 고참시절에 소가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을 느끼며 유격장으로 행군과 구보를 반복하며 기꺼이 올빼미가 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들어간 말년고참 시절의 두 번째 유격에서 역시 군대는 짬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훈련열외를 받고, 대신에 수백 명의 올빼미들의 야전식사를 책임지는 취사 임무를 부여받았다.

처음에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천당에서 지옥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유격훈련 열외에 미소 지었지만 그것은 야전에서 발전기와 원시적 취사도구만 가지고 수 백 명을 먹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몰랐던 나의 오산이었음이 밝혀지기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옥과 같은 유격훈련장에서 또 더한 지옥을 맛보는 기분이란......

어쩠던 그 젊은 날 유격장 야전 취사의 경험으로 결혼생활 내내 밥을 지어 먹이는 안해의 노고를 절감하게 되었으니 나는 값진 경험을 한 유격장 올빼미로 재탄생된 것이었다.

평화는 전쟁으로 지켜진다는 평화의 역설에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야욕을 들어낸 북핵협박에도 오래된 평화의 관성으로 그저 무덤덤하게 실감이 나지 않지만 한 때 유격장에서 피와 살이 터졌던  PT올빼미 못지않게, 사회에 나와서는 자신을 프레젠테이션 해야 살아갈 수 있었던 사회의 PT올빼미로서 우리는 살았지만 지금 세계를 감싸고 있는 전쟁의 기운은 제3차 세계대전의 전운의 트리거가 어디가 될 것인가 만 저울질하고 있는 느낌이다.

올빼미는 ANPVS 5 야투경과 같은 빼어난 야간투시능력으로 먹이를 사냥하며 생존한다.

 비록 70여 년의 긴 한반도의 휴전이었지만 유격장에서 피가 터지고 살이 터지는 PT체조 올빼미가 사회로 나와 프레젠테이션 PT 올빼미로 변신하여 전쟁과도 같은 일상에서 승리하여 지킨 대한민국의 번영과 기적을 이룩한 주역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PT 올빼미들 임을 명심하고 다시금 확인하자.

 마지막 PT체조 동작구호에서 일사불란한 침묵으로서 단합을 과시한다면 PT올빼미로 뭉친 단합된 대한민국은 가히 무적 올빼미가 되어 평화는 약속과 대화로 지켜질 수 있다고 국민들을 호도하여  북핵완성에 기여한 이 땅의 수많은 위정자들의 오판을 딛고 전쟁에 대비해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평화의 역설을 기어이 완수하리라 믿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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