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해 록] 세상은 규칙에서 패턴으로 이행 중이다.
규칙과 패턴, 참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우리는 패턴에서 출발하여 규칙으로 들어왔고 이제 다시 패턴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면 규칙은 뭐고 패턴이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는 패턴이라는 자연의 규칙을 알기 위하여 문명을 만들었고 또한 문명이 만든 세상은 인간을 규칙으로 억압했으며 그 세상이 만든 인간을 억압하는 규칙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을 보니 자연은 규칙으로 파악되지 않고 갖가지 규칙들이 혼재되고 버무려져 있는 문명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 장님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코끼리라는 사실이다.
빙하기 시대에 소수의 리더들이 매머드 사냥을 하려고 일단의 무리를 이끌 때 필요한 규칙과 수십억 인류가 지구촌이라는 세상의 무대에서 서로 이합집산 합종연횡 원교근공 하면서 펼치는 열국지의 규칙은 승패가 반복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며 매머드 사냥의 규칙이나 고조선의 8 조금법, 모세의 십계명 같은 이념과 종교로서는 풀기 어려운 눈 뜬 장님 앞에 놓인 코끼리 같은 자연의 패턴으로 다가온다.
이념과 종교를 지나 자연을 과학으로 풀어낸 우리 인류 앞에 지나온 과거의 유산 같은 규칙들은 이제 병불염사(兵不厭詐), 규칙이 없는 규칙이 유일한 규칙이라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자르고 잘라 물질의 최소단위를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과학은 원자 속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위치마저 불확정성의 원리로 인지하고 확률로써 패턴을 찾아 미립자의 존재를 확정함으로써 인류를 가로막고 있었던 자연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최소단위까지 해체하여 자연의 규칙을 확률이라는 패턴으로 해석하여 미시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규칙에서 빠져나와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물질문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여전히 세상을 사는 인간은 관성에 빠져 정해진 규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거처를 옥죄지 말며, 그들의 생업을 억누르지 말라(無狎其所居, 無厭其所生·무압기 소거, 무염기소생) 노자 제72장의 말씀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규칙으로 옥죄고 이념으로 억누르는 시대는 더 이상 21세기 물질문명을 사는 우리 인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돌아온 장고, 트럼프가 거래의 기술이라는 규칙을 넘어 거래의 예술이라는 패턴을 이해하고 자연과학자가 미시계의 코끼리를 해체해서 치우듯이 지구촌의 산적한 거시계의 코끼리를 어떻게 치워 나갈지 귀추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