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의 폭포수 PRESCRIPTION CASCADE라는 말은 건강검진에서 정상? 기준치를 벗어난 평범한 수검자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 진단을 받고 순식간에 소화제 소염제를 포함한 5알 이상의 약을 매일 복용해야 하는 현대의료의 민낯을 지적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과연 처방의 폭포수 PRESCRIPTION CASCADE라고 하는 하나의 용어로 폭주하는 현대의료의 어두운 면을 설명할 수 있을까? 회의가 앞서지만 PRESCRIPTION CASCADE라는 용어를 단초로 소위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겠다고 나선 수많은 의료현장의 어이없음에 눈 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시작한다.
멀쩡할 때는 생각도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거나 매년 국가주도로 건강보험이 채근하는 정기검사일에 병원을 방문해 보면 우선 그 압도적 숫자의 병원 내방 인원에 놀라게 된다.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멀쩡하게 보이는데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병원로비와 진료실 앞 그리고 검사장비 앞에서 무언가를 들고 초조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한국의 현대의료 역사는 6.25 전쟁을 거치면서 전쟁의학으로 시작되어 수많은 전쟁 부상병들을 죽음에서 구해낸 응급외과적 처치, 수술과 항생제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전쟁세대에게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뿌리 깊은 기억을 심어 주었고, 이를 기반으로 전후 현대의학의 영역은 필수의료인 응급외과의학을 필두로 그들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전쟁의학은 외과적 수술을 중심에 두고 마취와 감염 예방이라는 수술 성공을 통해 발전한 의료이다. 그러한 출발은 망치라는 한 가지 연장을 손에 든 목수가 모든 문제를 못으로 인지하듯이 외과 수술을 통하여 생명을 구하는 지고 지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수술 성공에 매진하였고 수술 성공이 환자의 생명을 1초 라도 연장할 수만 있다면 그 환자의 삶이 수술로 인해 처절하게 무너질지라도 현대의료는 서슴없이 메스를 들면서 전시의료를 단숨에 평시의료로 돌려놓고 생명의 연장을 의료의 승리로 오인하면서 인술을 포기하고 영리 의료의 길로 달려간 것은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쯤 꼭 의심해 볼 중대한 문제 앞에 우리 모두는 서 있다.
오늘날 현대 의료는 외과적 수술을 기본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내과적 만성 질환은 물론 세포노화가 원인인 불치병 암정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소모하고 나아가 조기암 진단을 명목으로 의공학의 산물인 수많은 영상 진단 장비를 중복적이고 선제적으로 투입하면서 온 국민에게 암의 노이로제를 주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백신 만능주의에 기반한 아니면 말고 식의 예방접종을 남발하면서 온 국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
그들의 팽창은 보건의료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매스미디어를 앞세운 정형화된 미용성형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영리인지 의료인지 헷갈리게 하더니만 급기야 현대의학의 뿌리이자 주특기인 필수 응급의료의 공백까지도 초래하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 우리는 나이롱환자일 때만 치료를 받고 진짜 아프면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구하지 못하고 구급차 뺑뺑이 끝에 차디찬 도로 한가운데 길바닥에서 생사의 골든타임을 넘기고 생을 마감하는 기막힌 현실의료를 현대의학을 통해 일상의 다반사로 경험 중이다.
제도는 사람을 약하게 하고 조직은 사람을 악하게 한다. 제도 속에 들어온 인간은 편함을 추구하게 되고 편함에 길들여지는 순간 인간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거대한 조직 앞에 놓인 왜소한 인간은 최선을 입에 달고 살지만 행동은 버금을 택하는 악인으로 달려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막힌 현실 앞에 놓인 의사와 환자 모두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다국적 제약기업의 하수인과 빅 5으로 대표되는 공룡 의료기관의 포로로 전락되는 처지가 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 안의 생태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심적인 의사가 애써 운용의 미를 발휘하려고 해도 살려고 온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면역계는 상처받고 손상되며 초주검이 된 채로 병원문을 나서는 아이러니한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 의료기관의 현주소는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