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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로맨틱한 시절

낭만이라.. 내 인생에도 그런 느낌을 가졌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삶이 지나갔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올라가 보니 남편이랑 결혼 전 1년의 연애 기간이 생각났다. 남편은 대학원생이었고,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중에는 만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자주 볼 수 있었던 때가 방학이었는데 그때 해가 진 저녁이면 우리 집 앞 탄천을 걷고 또 걸었다. 여름 풀냄새가 좋았고 가로등 불 빛이 냇가에 반짝이는 게 꼭 별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여름밤더위를 식혀 주던 바람도 달콤했다. 땀에 젖어 서로에게 향기보다는 냄새가 났었을 텐데 그것도 싫지 않았으니 확실히 뇌에 무슨 문제가 생겼던 시기였다. 지금은 그때 걸으며 무슨 얘길 나눴는지 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우린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마음과 생각과 가치관을 들여다봤다. 내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상황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그때 내 마음의 상태. 몇 번의 연애 후 혼기가 꽉 차서 만난 사람이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항상 그 사람 마음을 궁금하게 했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는데 이렇게 한다고? 아닌 거야.. 하는 확신이 들면 헤어짐을 선택했다. 그런데 남편의 마음은 궁금하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확실하게 느껴지고 알겠는 마음.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나를 무척 좋아해 주는구나. 그 편안함 덕분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기도 하다. 의심이 되지 않는 확실하고 든든한 사랑과 지지로 가득했던 그때의 나의 모든 순간과 느낌 기분과 계절까지 낭만 덩어리로 느껴진다. 혹시 시간이 지나서 8살 딸아이가 결혼을 할 때가 되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빠처럼 너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렴..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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