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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다시 못 가는 여행

남편이 백혈병 치료로 두 번째 골수이식을 했고, 두 번째 치료도 실패를 해서 이틀에 한 번씩 수혈받기를 여러 달 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혈 텀이 일주일 간격으로 늘었을 때였다. 남편은 여전히 기운이 없고, 아이는 벌써 내 곁에서 4살이 된 여름이었는데 집 이 아닌 어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가오픈 중인 책방옆 스테를  알게 됐고 집에서 거리가 1시간 정도 인걸 확인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 북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저녁 6시 이후로 카페를 스테이에 머무는 손님이 단독으로 쓸 수 있었다. 숙소는 복층 구조여서 계단을 올라가야 침실이었는데 여행이 처음 이었던 우리 집 꼬맹이가 계단을 무서워하면서도 다람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좋아했다. 남편은 시야가 탁 트인 통창 앞 소파에 앉아 작은 소리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며 편안해했다. 그리고 너무 좋다고 했다. 2년 동안 병원 무균실과 응급실을 오가며 온몸으로 고생했던 남편에게 작은 위로였길. 그리고 4살이 되도록 물놀이 한번 못 간 우리 집 꼬맹이에게도 즐거움 이었길. 간병도 육아도 버거워 도망치고 싶었던 내게 도피처가 되어주길. 그렇게 바랐던 여행이었고 우리 셋은 돌아와 다시 살아갈 힘을 충전하고 왔다. 그곳이 우리 가족이 페이보릿이 되었고 그 뒤로 몇 번 더 스테이로 머물고 또 종종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다. 여행을 가면 음식도 경관도 즐거움도 많지만, 내게 여행은 현실의 문제에서 잠깐 시선을 옮기고 숨 쉬는 시간. 여행을 갈 때 늘 생각한다. 숨을 쉬어야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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