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못해. 안 해

내 삶에서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는 가정이다. 그것도 무려 행복한 가정. 강원도 산골에서 할머니 손에서 컸다. 엄마는 나를 낳고 가출을 했고, 아빠는 돈을 벌겠다며 나를 두고 강원도를 떠났다. 아빠는 일 년에 몇 번 명절 때 만날 수 있었고 가끔 통화를 하곤 했지만, 볼 때마다 불편하고 사촌 보다도 먼 친척 같았다. 할머니는 내게 엄마였고, 아빠였다. 내게 넘치는 사랑과 아낌없는 신뢰를 주셨다. 그렇게 할머니 품에서 안전 했던 유년 시절을 보내는 중에 아빠가 새엄마를 만났다. 어쩌면 그때부터 집이라는 공간을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새엄마와 합가를 하면서 할머니를 떠나 도시로 왔다. 실은 맘 속 깊은 곳에서 원하고 있었던 엄마, 아빠가 있는 내 모습 이었지만, 현실을 많이 달랐다. 아빠는 친부 지만 친척 보다 서로를 모르고 서먹했고 , 새엄마는 내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고약하게 대했다. 밤마다 소리도 못 내고 울며 잠들었던 매일이 생각난다. 모양만 갖춘 속 빈 강정이었다. 어린애의 속이 썩어 들어가도 아무도 들여다 봐주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 가정도 험한 말, 칼부림이 오가다 박살이 났다. 홈 스위트 홈이라는 말은 어디 드라마나 광고에서나 들어 본 말인 것 같다. 성인이 돼서 이렇게 자란 내가 결혼이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은혜로 결혼을 했고, 남편이 치열한 백혈병 투병을 하다 8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딸아이와 둘이 남았다. 찢어지고 깨어져도 나는 이 악물고 내 가정, 내 아이를 지킬 거다. 홀로 울게 두지 않을 테고, 마음에 그늘이 없게 햇볕을 쬐어 줄 거다. 내가 할머니께 받은 사랑과 신뢰를 아이에게 채워줘야지! 내 아이는 홈 스위트 홈!이라고 집이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줘야지! 우리 둘이 남편 몫, 아빠 몫까지 지지고 볶으면서 어마무시하게 행복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