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Review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파이널」 공연이 11월 10일(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의 명곡들을 엄선하여 공연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인셉션',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 나이트', '탑건 : 매버릭' 등의 배경음악이 선택되었다.
연주는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국내 최정상급 솔리스트들과 실내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국내 가장 트렌디한 오케스트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보적이고 자주적인 연주 활동을 추구하며 매 공연마다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을 더한 신선한 연주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치는 '음악의 화합'과 '공연 문화의 대중화'에 있다.
그리고 70인조 풀 편성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김재원' 지휘자가 맡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제47회 동아음악콩쿠르와 서울내셔널필하모닉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훌륭한 지휘 실력을 선보였다.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 전국투어와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음악 콘서트 등에서 지휘를 맡으며 '음악을 그리는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아래로는 유달리 인상 깊었던 연주들에 대한 감상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첫 곡으로 인터스텔라의 'First Step'을 선택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감미롭게 시작된 음악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모두 사라지고 관객들은 순식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음악으로 광활한 우주를 표현해 낸 한스 짐머와 우주의 신비로움을 완벽하게 연주해 낸 연주자들에게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스 짐머는 그저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곡을 써달라고 부탁받았다는 것이다. 영화가 우주에 관한 SF 장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인터스텔라'와 'First Step'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상하는 내내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아이의 첫걸음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우주에 첫발을 내딛는 인류의 경이로움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일담을 알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부모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공연을 다시 감상해 보고 싶다.
모호한 개념인 시간을 음악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시간은 우리에게 관대한듯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빠르게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미묘한 공포감까지 느껴졌다.
처음으로 영화 음악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영화 음악은 단순함과 오락성을 지니며 이윤을 추구하려는 상업적 목적만을 가진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Time'은 단순히 오락성을 추구한다고 보기 어려운 음악이었다. 주제에 대한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그리고 웅장하고 세심한 오케스트라 연주 덕분에 작곡가의 고민이 더욱 잘 와닿았다.
인생의 덧없음과 충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공연을 다시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 영화 '인셉션'을 집중해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음악이었다. 한스 짐머는 대단한 작곡가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다려 온 시간이었다. 가장 대중적이고 웅장한 곡이었다. 해적이 되어서 어두운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 저절로 들었다. 오케스트라의 첼로, 바이올린, 그리고 각종 다른 악기들이 어우러지며 바다의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일렁이는 물과 모험, 해적, 광활한 바다에 대한 이미지가 저절로 떠올랐다.
근래 들어서 가장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듣는 이 순간에도 심장이 뛸 정도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한스 짐머가 '캐리비안의 해적'을 완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음악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잭 스페로우를 상상할 수 없다.
아무리 감동적이고 인상 깊은 내용이더라도 영화는 과거에 찍힌 영상을 재생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현장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뮤지컬이나 연극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영화가 주는 감동과 현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공연 중에서도 영화 음악을 주제로 하는 클래식 공연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의 일정한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아름다운 합주를 귀로 들으며, 영화의 명장면들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한스 짐머가 맡은 영화들을 모두 시청하고 나서 다시 공연장을 찾고 싶다. 물론 정확한 줄거리를 모르고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재밌었지만, 작곡가의 의도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마침 2025년 1월 5일에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2025」가 열린다고 한다. 특히나 클래식 공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당 공연을 추천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클래시에는 문외한인 상태로 방문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기 때문이다.
*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에서 티켓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