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졸업과 출발
며칠 전 따스한 햇살 아래 어느 공원 벤치에서 골몰히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몇몇 무거운 가방을 둘러 맨 여학생들의 거리낌 없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중간고사, 선생님, 성적, 학원 등등 일상사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취업률, 실업률 급기야 자살률까지 흔치 않은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을 수줍게 간직하고 싶은 작은 소망보다는 졸업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가득 찬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졸업(卒業)이란 학교 과정을 마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를 통달할 때를 일컫기도 하고 일을 매듭짓는다는 뜻도 있다. 사람들은 살면서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크고 작은 졸업에 직면하게 된다. 새로운 출발로 여기는 이들은 졸업이 반가울 것이요 미처 준비를 갖추지 못한 이들은 아쉽기만 할 것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43만여 명, 대학교 졸업자 수가 65만여 명 된다는 통계를 보았다. 매년 백만여 명의 청년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식은 개인에 있어서는 비록 앞날이 걱정될지언정 맘껏 격려와 지지를 받는 축복스러운 무대가 될 것이며, 국가로서는 미래를 짊어질 다양한 인재들을 품에 안는 백년지 대계의 중요한 장(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67년 개봉작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엔딩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신부 일레인은 벤자민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뛰쳐나온다. 그들은 도망치듯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장밋빛 사랑을 쟁취한 두 연인의 환호와 회색빛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얼굴에 교차하는 장면은 타이틀인 졸업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본인의 몫이겠지만 젊은이들의 고민과 불신을 해결할 수 있도록 소위 먼저 졸업한 앞선 세대가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졸업식장의 환호성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졸업장, 추억의 가족사진, 꽃다발, 중국요리 무엇보다 가슴을 녹이는 따스함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