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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팔랑이는 글을 쓰기를

by 베를리너

5년 전 결혼 후 안산이라는 도시에 이사를 왔다. 유년 시절을 보낸 본가를 떠나는 기분이 남달랐다. 낯선 도시의 숲 속을 걷다, 성처럼 생긴 도서관에서 우연히 전단지를 발견했다.

“수필가, 소설가의 꿈을 이뤄드립니다.”

‘꿈’이라니. 초등학교 시절, 장래 희망 칸에 ‘아나운서’를 적은 이래, 꿈은 잊고 살았다. 청소년 시절엔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독일 유학하러 가서는 졸업 후 한국에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안산 여성 문학회에서 주관한 ‘수필’ 강좌를 수강했다. 지역 대학의 국문학과 교수님은 ‘수필’ 속 자유롭게 비상하는 정신과,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과 세계를 성찰하는 수필가들을 소개했다.

이어령 작가의 수필 ‘벌의 언어와 나비의 언어’에서 벌의 언어는 규율과 조직력, 자기희생을 뒷받침하는 노동을 통해서만 꿀을 얻을 수 있지만, 나비는 자유와 즐거움 그리고 자기표현의 기쁨 속에서 꿀을 획득한다고 했다.

나는 수필가들의 언어에 푹 빠져 버렸다. 자유롭게 펄럭이며 나를 물들였다. 나는 ‘문학’이라는 다리를 건너 비로소 안산에 정착했다.

강의에서 만난 문우 한 분이 ‘브런치 스토리’를 권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자기 고백적인 글을 타인에게 보인 적이 없었기에 낯설고 부담이 느껴졌다.


“브런치 스토리는 출판사들이 눈여겨보는 플랫폼이야. 꾸준히 글쓰기 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했고, 다음날 ‘작가’라는 타이틀을 선물 받았다.

그 후로 내 삶에 ‘꿈’이라는 단어가 찾아왔다.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나의 꿈이다. 작가라는 말은 이 세상 어떤 말보다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여, 동화와 소설, 시나리오의 영역에 겁 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 길에서 만난 문우들과 함께 보폭을 맞추어 쓰고 있다는 사실이 내 외로움을 덜어준다.

‘꿈’은 지금껏 107편의 글을 올리게 했고, 매주 금요일 연재글 완성을 위해 자정까지 나를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다.

독자들의 ‘좋아요’ 알람과 진심 어린 댓글은 보약처럼 힘을 주었다.


요즘처럼 ‘꿈’을 자주 이야기 한 적이 있었 던가 싶다. 일상에 ‘글쓰기’가 착 붙으며 생겨난 일이다. 나는 글을 쓰며,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기뻐하던 어린 시절로 날아가고, 때로는 독일 유학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기를 기다리며 애태우던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꿈을 이룬 미래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꿈은 가능성을 찾게 하고, 나 자신으로 돌아가게 한다.

얼굴도 모르는 독자로부터 받는 응원은 내가 계속 쓸 수 있도록 손을 잡아끌 것이다.

10년 후엔 훨씬 많은 글이 쌓여 있기를. 글 속의 언어는 나비처럼 날아 두둥실 춤을 추길 바란다.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 춤사위가 힘차게 펄떡여 움직였으면 좋겠다. 내가 느낀 자유와 위로가 그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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