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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에 뜬 수많은 달

진주 남강 유등 축제를 보고

by 베를리너

올해 추석은 최장 연휴로 시작 전부터 기대가 컸다. 막상 귀성길엔 차량 행렬이 끝이 없었지만, 도착 후 알게 된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올해 추석이 늦게 시작되었기에, 진주 남강 유등 축제를 볼 수 있다는 것.

시어머니는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축제라며 설렘을 감추지 않으셨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하는 유등 축제는 시어머니께 또 다른 추억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진주 남강 유등 축제의 뿌리는 임진왜란의 진주대첩이다. 1592년 진주성 전투 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과 3,800명의 수성군, 그리고 시민들이 2만 왜군에 맞섰다. 남강 위 유등은 군사 신호를 주고받는 군사 전술이자 가족들과 소통하는 통신수단이었다. 이듬해 1593년 6월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민, 관, 군이 7 만여 명이 순국했고, 시민들은 그 넋을 기리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었다. 유등은 희생과 애국심을 기리는 평화의 빛이 된 것이다.

늦은 오후 남강으로 향했다. 해가 점차 저물지만, 남강은 따스한 불빛으로 밝아졌다. 초입엔 큰 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린 채 우리를 반겼다.

남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전통 문양 유등을 보니, 선조들의 풍류가 떠올랐다. 유등 축제의 핫스팟인 4개의 부교 배다리/어다리/물빛나루 다리/용다리가 운영 중이다. 요금은 편도 2,000원, 통합권은 6,000원.

둔치에는 ‘진주 음식 큰 잔치’라는 대규모 야시장이 열렸다. 가을 민어를 비롯해 메추리구이, 통돼지구이 각종 분식과 전들이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우리는 ‘국화빵, 땅콩 빵, 호떡’을 사 먹었다. 청각장애인 사장님이 만든 것이었는데, 호호 불며 먹으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 밝은 보름달은 볼 수 없었지만, 남강 위의 수많은 유등은 달빛처럼 밤을 물들였다. 시어머니와 함께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 유등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10일부터는 경상남도 최우수 축제로 지정된 ‘개천 예술제’와 11일부터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KDF) 가 20일까지 이어져 유등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촉석루에서 바라본 유등을 보며, 기개와 희생을 품고 평화라는 보석을 잉태한 진주의 빛을 마음에 담았다. 역사와 풍류, 낭만이 가득한 진주의 밤이었다.




참조:

https://yudeung.com/sub1_1

경남도민일보

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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