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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루꼴라와 포인세티아

by 베를리너

직접 키운 루꼴라를 넣은 스파게티와 피자빵을 굽기로 했다.

루꼴라 잎을 떼어내도 새순이 올라온다고 읽은 후, 잎을 조심조심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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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잎을 뜯자, 루꼴라가 시들시들 말라가는 것이다. 자책감과 함께 루꼴라와 이별할 준비를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루꼴라가 요염하게(?) 옆으로 누워 뿌리까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뿌리를 흙으로 좀 덮어줄까?’ 상토를 가져다 흙을 덮었다.

다가올 성탄절을 위해 빨간 포인세티아를 준비하기로 하고, 빛을 차단하는 단일 처리를 시도했었다. 두 달이 지나도 반응이 미적지근해, 포인세티아를 덮었던 박스를 치웠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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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에 식물등을 비춰주던 일상을 접고, 볕이 들기 시작하는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직사광선에 노랗게 시드는 포인세티아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 볕이 간접적으로 드는 곳이다.

간접광에도 포인세티아는 무엇이 불편한지, 병이 난 것처럼 잎이 누렇고 시들시들 해졌다.


과습 알레르기가 울컥 올라와 물 조절에 생각이 미쳤다. 포인세티아는 물 다이어트 하기로 하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 지켜봤다. 며칠 뒤, 물이 부족해 화분이 사막화되는 걸 발견하고, 살금살금 스프레이로 물을 뿜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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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루꼴라가 기다렸다는 듯, 잎을 힘 있게 치켜세웠다. 루꼴라 잎을 보니, 조금만 힘들어도 온 세상 짐 다 진 것 같았던 내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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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도 천천히 변하고 있다. 잎들이 앞다투어 본래의 색깔로 돌아오고 있다.

종이처럼 얇고 가벼운 식물들도 온 힘을 모아 살아내고 있다. 나 역시 실패나 실수에 오래 머물지 않기를. 식물이 힘을 빌려준 것처럼, 누군가에 조용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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