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산책

by 베를리너

뭐야. 침대에서 왜 안 나오는 건데. 난 그 방에 못 들어가잖아. 나도 규칙 정도는 알고 있다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또 영화 보는 거야? 헐.

엄청 오래된 영화 같은데, 나보다 그 영화가 더 좋다는 거야? 개존심 상하게 시리.

지금 들리는 이 소리는 뭐지? ‘크리스마스’? 그게 뭐야? 자꾸 들리는데? 잔잔하고, 내 마음에 쏙 드네.

가만, 주인의 움직임을 살피자. 설마 나 없이 나가려는 거야? 컴퓨터만 보고 있지 말라고.

‘크리스마스’가 뭐길래. 주인은 저 빨간 잎을 자주 쳐다보는데? 나도 봐달라고!

잠깐, 주인한테 나는 냄새를 맡아보자. 킁킁. 안돼. 이 냄새는 뭐지?

주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거 쟎아. 점점 멀어지네. 산책의 꿈이.


‘오, 무슨 일 있어? 왜 그런 표정이야.’

안 되겠다.

무릎 위에 올라가자. 이건 늘 통했잖아.

“컹컹! (나왔어),”

자, 이제 괜찮지?

주인이 전화 통화를 하네. 표정이 훨씬 나은데? 그래, 기운 내라고.


잠깐, 창문을 열었네. 정말 싫어. 저 움직이는 기계. 시끄럽고, 내 길을 막고 있잖아.

오늘 아침은 지나가나 했더니.

“먼지 좀 치우자. 지난번 똥에서 머리카락 나왔잖아."

‘컹컹. (머리카락? 내가? 설마!)’

주인, 나를 쓰다듬지만 말고, 저걸 치워달라고!

답답하구먼. 한술 더 떠 쟤랑 나만 남기고 어딜 간 거야?


앗, 이제 나갈 준비 하는 거야?

그래, 내가 아까 예쁘게 응가한 거 봤지? 오늘 주인 기분이 좋지 않은 거 같아서, 당기는 냄새였는데 건들지도 않았잖아.

오, 예. 기다려봐. 주인이 저 옷을 입으면, 이건 나간다는 뜻인데?

“컹컹! (나 잊지 않았지?)”

이때다.

“조용히 해! 같이 갈 거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지난번에도 데리고 갈 거처럼 하다가 혼자 나갔잖아.

나를 바구니에 넣네. 하하. 좋아. 드디어 바깥바람 쐬는 거야? 비 온 후 진한 냄새. 아, 설레.

나 차 좀 타는 개야. 알지? 개 좋아!


햇볕 얼마 만이야. 생각보다 춥지 않은데?

어디 가는 거야? 좀 새로운 곳인데 그래? 어어, 기다려, 잠깐. 내 옆에 있으라고. 새로운 곳도 좋지만, 조금 겁 나.

에라 모르겠다. 뛰자.

주인만 바라보는 내 심정 알까 몰라.


https://youtube.com/shorts/p2RFAlKpZLs?si=N1vtRqvLGNujTbl8